사람의 몸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관'이 있다. 음식물이 지나가는 식도와 장, 담즙(쓸개즙)이 이동하는 담도 등 길이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이런 관이 노화나 암과 같은 질병으로 막히거나 뚫리면 병이 생기고 심한 경우 생명이 위협받는다. 이때 막힌 길을 넓혀주거나, 아예 없는 통로를 새로 만드는 의료기기가 바로 '비혈관 스텐트'다.
엠아이텍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비혈관 스텐트 분야에 35년을 집중해온 의료기기 기업이다. 1991년 설립해 1993년 '하나로 스텐트'를 시작으로 제품 개발을 이어온 결과 300종이 넘는 스텐트를 109개 국가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단순히 '숫자'가 많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조경재 엠아이텍 상무(영업마케팅본부장)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엠아이텍이 주목받는 이유는 환자와 시술 환경에 맞춰 스텐트의 구조를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환자와 의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실제 제품 개발에 반영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 노력한다"고 자신했다.
비혈관 스텐트는 철사(와이어) 하나를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십자로 겹치는 '크로스' 구조는 삽입을 용이하게 하고 체내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서로 느슨하게 맞물린 고리형 '훅' 구조는 팽창력과 유연성을 책임진다. 이런 크로스와 훅을 어디에, 얼마나 적용해 엮는지에 따라 스텐트의 기능이 달라진다.
예컨대 훅 구조를 활용해 몸속에서 휘어지는 장기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면 십이지장이나 대장처럼 끊임없이 연동운동을 하는 장기 안에서도 스텐트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크로스만 활용하는 경쟁사와 엠아이텍이 차별화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조 상무는 "환자마다 나이, 성별, 몸무게에 따라 필요한 스텐트 길이와 직경이 달라진다"며 "스텐트당 길이는 1~2㎝, 직경은 ㎜ 단위로 구분해 제작하는데 이를 수작업으로 하나씩, 훅과 크로스를 조합해 맞춤 제작한다"고 강조했다.
엠아이텍은 제품군(브랜드)은 세분됐다. 얇고 길어 체내 구석구석까지 도달할 수 있는 '베네핏', 스텐트 속 실리콘 피막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조직액이 쉽게 흡수, 배출되도록 설계한 '멀티홀', 끝부분을 갈고리 모양으로 처리해 스텐트가 몸속에서 이동하는 것을 잡아주는 '플랩'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제우스'는 전기소작 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길'을 낸다. 예컨대 췌장 물혹(낭종)의 액체나, 막힌 담즙을 제우스로 뚫고 스텐트를 삽입해 배출할 수 있다. 조 상무는 "내시경과 결착력이 강해 의료진 혼자도 원활히 시술을 끝마칠 수 있다"며 "올 상반기 지난해 전체 판매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고 전했다.
엠아이텍의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경쟁사인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보스턴사이언티픽이 엠아이텍의 소화기 스텐트를 대리 판매하는데,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현지 시장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멀티홀 제품을 앞세워 일본 소화기 분야 비혈관 스텐트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확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올림푸스, 동남아는 후지필름과 같이 '글로벌 큰 손'들과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엠아이텍은 상반기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ESGE)에 이어 하반기 아시아소화기학회 등을 찾아 해외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기존 평택 공장만으로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최근 베트남에 제2공장을 개소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조 상무는 "베트남 공장 증설로 최대 케파(생산능력)가 현재의 3배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2029년까지 몸속에서 녹아 없어지는 '생분해성 스텐트'를 개발해 환자 부담을 줄이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