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노조의 2차 총파업에 법원이 쟁의행위 금지 범위를 사실상 생산공정 전체로 확대하면서 '제품 생산 중단'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려던 노조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임금·성과급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노사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1민사부는 지난 16일 삼바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사측이 신청한 9개 공정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1심은 후반부에 진행하는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 3개 공정만 쟁의행위를 금지했지만, 항고심에서는 전반부 6개 공정(△플라스크 배양 △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을 포함한 9개 공정까지 인용 범위가 확대됐다.
재판부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과정에서 원료·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배양 및 정제) 공정을 완수하는 것뿐"이라며 "이는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해 쟁의행위 기간에 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대체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는 담도얌·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등의 공급 차질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노조는 파업 시에도 공정 과정 전반에서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과 가동시간, 가동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오는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으로 '생산 중단을 통한 광범위한 손실'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노조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노조는 파업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파업 돌입 시점부터 신규 배치(동일한 조건에서 한 번의 제조로 얻은 제품단위) 생산은 여전히 중단할 수 있다"며 "단체행동의 실행 계획은 변함이 없지만 파업 시작일은 변경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바 노사는 임금 인상률과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勞使政)이 참여한 사후조정에도 합의에 실패하자 삼바 노조는 2대 주주인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절차가 진행 중인 유상증자를 재검토해달라는 서한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발송하는 등 갈등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삼바 노조의 투쟁 동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조가 쟁의행위의 실효성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사측도 생산과 고객사 대응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막판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삼성전자 노사도 총파업을 앞두고 법원의 쟁의행위 제한 결정 후 정부 중재 교섭을 거쳐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가 중요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서 노사 갈등 장기화는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라며 "법원 결정이 추가 협상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삼바 측은 "상생의 노사 관계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