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이변은 없었다. 무소속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과 공화당 경선에 참여 중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뉴햄프셔는 인구 133만여명의 작은 주이지만,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지난 1일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더불어 미국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프라이머리에선 코커스와 달리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참여한다.
CNN에 따르면 10일 오전 2시 개표율 93% 상황에서 샌더스 후보는 60%를 득표해 38%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를 22%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아웃사이더' 샌더스 후보가 특히 젊은이들이 느끼는 경제에 대한 불만과 미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샌더스는 이날 승리 연설을 통해 "(오늘 승리는) 돈 많은 후원자들과 슈퍼팩(Super PAC·민간 정치자금 후원회)이 미국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월스트리트에서 워싱턴까지, 메인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이로써 오는 20일 치러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네바다 코커스에서 클린턴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지킬 것이라고 장담하기가 어려워졌다. 샌더스는 지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0.4%포인트로 아깝게 패한 만큼 앞으로 팽팽한 경쟁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이번 프라이머리의 가장 큰 패자로 클린턴 후보를 꼽았다. 그는 특히 젊은 여성들과 1년에 5만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노동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클린턴은 65세 이상 연령층과 가구 소득 20만달러 이상의 유권자층에서만 샌더스 후보를 앞질렀다.
AP통신에 따르면 출구조사에서 정직성이 중요하다고 답한 투표자 10명 중 9명은 샌더스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직시절 개인 이메일을 업무에 사용한 것이 큰 타격이 되고 있다.
클린턴은 패배 연설에서 "내가 특히 젊은 세대와 할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도 "이제 선거는 전국구로 확대됐다. 우리는 모든 주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의 공약을 비현실적이라며 자신은 진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같은 시간 공화당은 개표율 92%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35%를 득표중이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에 뒤져 2위를 차지했던 트럼프 후보는 다시 공화당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인기에 대한 '거품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웠다.
관심이 집중됐던 2위 자리는 오하이오주 주지사인 존 케이식(16%) 후보가 차지했다. 현재 총 8명의 후보가 참여하고 있는 경선에서 나머지 후보들은 자신이 트럼프나 크루즈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크루즈 후보는 12%,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각각 11%를 득표중이다. 나머지 후보들을 한자릿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미국 대선은 오는 6월까지 각 주를 돌며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통해 최종 대선 후보를 결정할 대의원을 선출한다. 이후 7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하고, 11월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45대 미국 대통령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