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에는 '로푸키리'라는 노인 공동체가 있다. 이곳에는 60세 이상 노인 30여명이 거주한다. 이곳의 노인들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지 않는다. 매주 6명의 그룹이 돌아가면서 스스로 요리와 청소 등 집안일을 맡아 한다. 이 곳에 사는 레나 바테라씨(72)는 "여기 사는 것이 우리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로푸키리는 핀란드어로 '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핀란드는 OECD 국가 중 일본과 우리나라에 이어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나라다. 핀란드의 8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00년에 1.5%였으나 현재 2.7%로 올랐고, 2070년까지는 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앞선 1990년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핀란드는 12년 전부터 복지개혁을 추진해왔다. 고령화에 따른 과도한 복지 예산을 줄이는 대신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하 시필레 내각이 추진해온 보건복지개혁법안(SOTE)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시필레 총리는 295개 지자체가 운영 중인 복지제도를 18개 행정기관이 통합관리하도록 하고 공공의료뿐 아니라 민간의료까지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복지 운영 권한을 뺏기게 되는 지자체는 물론이고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핀란드 헌법에서는 복지제도 행정권한이 공공기관에만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헌 시비가 붙기도 했다. 결국 시필레 내각은 입법 실패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8일 총사퇴했다.
이러한 핀란드의 복지개혁 실패에 대한 해답으로 노인 공동체 '로푸키리'가 꼽히고 있다. 로푸키리는 2000년 헬싱키의 할머니 4명이 "외롭지 않게 모여 살아보자"며 같이 살던 게 시작이 됐다. 이를 들은 헬싱키 지방정부는 행정적 부분을 지원하고 공동 거주공간을 위해 시유지를 임대해줬다.
이처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로푸키리는 복지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그대로 놔두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건비가 들지 않고 시유지를 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적은 예산지원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동핀란드대학의 마르자 바라마 사회복지학 교수는 "핀란드에는 노인 60만명이 거주하는 헬싱키부터 92명만 거주하는 시골지역까지 의료기관이 퍼져있다"면서 "15분 정도 짧게 보고 가는 정부 의료복지사보다 로푸키리의 의료서비스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핀란드에서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라마 교수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그들은 여전히 일할 수 있고 '숨은 경제'의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작은 도시 에스푸에서 일하는 유하 멧소 사회복지사는 "고령화를 이제 더 이상 문제로만 보지 말고 더 나아진 생활 조건과 영양상태에서 온 즐거운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