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홍콩 전역을 뒤덮으면서 홍콩인들이 정신건강 문제가 전례없는 수준에 다달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홍콩대학교가 진행한 조사에서 홍콩 내 성인 3분의 1가량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콩 독감으로 2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2015년 보다 2% 늘어난 수치다. 또 11%는 우울증을 호소했는데 이는 우산혁명이 있었던 2014년보다 2% 증가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PTSD는 대형 사고를 겪은 사람이 후유증으로 심각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6월 초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 불안 요소가 더해지면서 스트레스 수준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홍콩의 한 정신 건강 자선단체 관계자는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진 사회 불안과 코로나19가 2003년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면서 홍콩인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불안한 위치에 놓여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이후 수만명의 직장인들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고, 온 가족이 작은 아파트에만 갇혀 지내면서 생긴 공포심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홍콩 적십자 소속 임상심리학자는 "두루마리 화장지나 쌀 한 가마니는 일상 생활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기 보다는 불안함에 대처하는 조치로 봐야 한다"며 "불안감 때문에 그들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이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 가정의 경우 시위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홍콩 경제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는데, 이들은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 보호장비조차 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도 스트레스 심화 요건으로 지적된다. 한 빈곤퇴치단체는 저소득층의 70%가 마스크와 살균제를 살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신건강 핫라인을 개설했다. 현재까지 연결된 전화통화만 약 2만5000건에 달한다. 민간 자원봉사단체들도 자택에 격리된 사람들을 상담하고, 양로원으로 전화연결을 시도하는 등 봉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홍콩에서는 이날 기준 100건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