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호르무즈 우회로 찾기 사활

조한송 기자
2026.03.23 04:10

사우디 '얀부'·이라크 '제이한', 장기전 대비 허브부상
이란 "적국외 개방" 제안… 미국도 원유제재 일시해제

이란전쟁의 여파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원유공급 및 수급은 세계 각국이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문제가 됐다. 석유를 수출하는 중동국가들은 대체수송로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이란은 이 해협을 경제무기로 삼으면서도 일본 등 국가엔 통항할 수 있게 해줘 우호적인 국제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도 이란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풀었다.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공격을 받은 모습. /사진=뉴시스

22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해 연안에 있는 얀부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유일하게 남은 원유 수출경로이자 핵심 물류허브로 급부상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해협의 장기적인 혼란에 대비해 장기계약 고객들에게 4월 인도분을 얀부항을 통해 받도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우디는 약 1200㎞ 길이의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를 홍해 쪽으로 우회수송한다. 최근 얀부항을 활용하면서 원유 수출량을 정상 수준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라크는 지중해를 통한 우회수출로를 찾았다.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를 거쳐 튀르키예의 제이한항을 통해 석유를 일부 수출키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이라크는 하루 약 30만배럴의 원유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코르파칸항, 오만의 소하르항 등이 대체항로로 사용된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고 중동국가들이 미사일과 드론공격을 받는 상황이지만 이란은 이번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가엔 항로를 열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1일 일본 교도통신이 공개한 기사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해협을 막은 것이 아니라 이란을 공격하는 적의 함선을 차단한 것"이라며 "적국 외 다른 나라에서 온 선박은 통과할 수 있고 해당 국가와 협의한 후 통과를 위한 안전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협의에 따라 통항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 호르무즈해협 내 유조선 호위를 위한 군함파견을 요구하자 이란이 이에 맞대응해 통항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역시 국제유가가 110달러 위로(브렌트유 기준) 뛰자 다급히 대응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일 0시1분(현지시간) 이전 선박에 적재된 이란산 원유 또는 석유제품의 판매, 인도 또는 하역에 통상적으로 수반되고 필수적인 모든 거래를 오는 4월19일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13일에도 유가 안정화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로이터는 21일 미국이 제재를 일시해제한 후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를 사려 한다고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정유사는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파나마운하를 거쳐 미국산 원유를 긴급 공수한다. 유조선의 경우 파나마운하 통행료는 억대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지난 19일 선박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케이플러의 자료를 인용, 미국 휴스턴항에서 원유를 선적한 그리스 국적 유조선 '시터틀호'가 이날 파나마운하를 지나 한국 여수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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