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충돌한 지 사흘 만에 중국 함정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했다. 양국 외교 수장이 직접 만나 항의 서한을 교환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발생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에서 필리핀 선박을 향해 2분 넘게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타리엘라 대변인은 "중국 함정이 해당 암초에서 필리핀 어부들에게 연료와 식량을 공급하던 어선을 향해 위험한 기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중국 해경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이며 공격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작전은 계속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장뤠 중국 해경국 대변인은 "필리핀 공무선 3012호와 3018호가 중국 측의 거듭된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관할 해역에 침입했다"며 "전문적이고 정당하며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충돌은 중국과 필리핀 외교수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만나 항의 서한을 교환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났다. 마리아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선박 충돌 사건을 놓고 서로에게 '강력한 항의'를 제기하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양국 해군 함정은 지난 20일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얕은 해역에서 충돌했다. 필리핀 측은 중국 해경 8명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해군 병사들의 머리를 가격해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함 'BRP 시에라 마드레'에 접근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무보트 2척을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해경은 고무보트 2척에 탄 필리핀 해병이 위협적으로 접근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는 필리핀을 향해 "침해 및 도발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도 이번 충돌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아세안 참석을 위해 필리핀에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을 겨냥해 필리핀과 방위조약을 거듭 강조하면서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지만 동맹국을 희생시키면서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직전에 왕이 부장과 같은 공간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루비오 장관은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사건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부정적이고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 왕이 부장은 까으 끔사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아세안 국가들에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과의 대치 끝에 스카버러 암초와 그 주변 해역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분쟁 해역에 인공섬을 건설했으나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같은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