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 금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유럽 국가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프 토너먼트 결승전에 참석해 폭스뉴스 기자에게 "경유 수출금지가 자동차 휘발유값을 조금 올릴 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경유 수출 금지 검토를 참모진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케빈 헤셋 백악관 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해당 조치에 대한 파급효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하면서 국제 연료 시장이 위협받자 미국 내에서 농경지가 밀집된 주를 중심으로 경유 수출 금지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경유 소매 가격은 지난주 갤런당 6.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경유는 농업·난방·화물 운송·제조업의 필수 연료로 농기계뿐만 아니라 화물 열차, 트럭 등 주요 운송수단에 사용된다. 특히 가을 추수 기간을 앞두고 농기계와 운송 트럭에 경유를 사용하기 위해 수입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중동·우크라이나 전황 악화로 미국산 경유에 대한 전세계 의존도가 커졌다.
실제 미국이 경유 수출을 막으면 해외 주요국은 물론, 미국 스스로도 손해를 볼 수 있단 지적이다.
우선 최대 농작물 생산국이자 미국산 경유의 최대 수입국인 브라질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주요 수입국인 칠레, 멕시코, 영국, 네덜란드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유럽은 중동·러시아발 물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커진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파르타 커머디티스에 따르면 미국 걸프만(멕시코만) 연안에서 대서양을 건너가는 유럽행 선박 운임은 고공행진 중이다. 10월 선박 예약이 이미 진행되는 등 화물 운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P 글로벌 에너지는 "중남미는 정제 시설이 부족하고 수입 원유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미국산 경유 공급이 멈출 경우 급격한 소비재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미국 정유시설은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에 집중돼 있는데, 이 연료를 동부·서부로 옮길 파이프라인과 유조선이 이미 완전 가동 상태여서 남는 수송 여력이 없다.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서부 지역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해당 조치를 시행할 근거법도 미비하다. 국제 비상 경제 권한법은 대통령이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과 관련된 국가 비상사태에 직면하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단서조항에 대한 법적 해석을 놓고 불복소송이 예상된다. 특히 정유업계는 금지 조치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경유소비세 부과 중단을 대안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들은 수출 금지 조치로 해외 구매자들에게 납품이 불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계약상 보호 조치를 추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최대 석유 거래 단체인 연료 및 석유화학업체 그룹(AFPM)의 제프 무디 정책 담당 부사장은 "미국 연료 생산량 감소, 연료 공급 부족, 에너지 안보 약화, 그리고 미국인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