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빚은 5400만원 입니다" 승무원의 고백...SNS 번지는 '상환기'

이재윤 기자
2026.10.07 06:24
승무원 로드니 모건(33)이 지난 7월 SNS를 통해 자신의 빚 4만58.44달러를 공개하는 모습./사진=로드니 모건 SNS 화면 갈무리.

"제 빚은 4만58.44달러(한화 약 5400만원)입니다."

미국에서 자신의 빚을 공개하고 이를 갚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솔직히 드러내기 어려운 개인사를 콘텐츠로 만들고,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실제 빚까지 갚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SNS(소셜미디어) 틱톡에서는 자신의 부채 규모와 상환 과정을 공개하는 이른바 'DebtTok(뎃톡, 빚과 틱톡의 합성어)'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승무원 로드니 모건(33)은 지난 7월 자신의 빚 4만58.44달러를 공개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그는 에어매트리스에 앉아 자신의 빚을 화면에 띄웠다. 평소 승무원 생활을 주로 공유하던 모건이 자신의 재정 상황을 공개하자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기존 인기 영상의 조회수가 약 10만회였던 데 비해 해당 영상은 150만회가량 조회됐다. SNS 영상 분석업체 튜뷸러랩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 틱톡에 올라온 부채 관련 영상은 2만8000개를 넘었다.

콘텐츠 형식은 단순하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진 빚의 정확한 금액을 공개한 뒤 돈을 갚을 때마다 달라지는 잔액을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 빚이 다시 늘어나는 상황도 숨기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숫자가 오르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하거나 소비 습관에 대해 조언한다.

SNS에서의 인기가 실제 빚 상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건은 영상이 화제가 된 뒤 한 개인금융 앱 업체로부터 자신의 SNS 활동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광고 계약을 제안받았다. 그는 광고 수익으로 주택 리모델링 과정에서 만든 홈디포와 로우스 신용카드에 남아 있는 약 800달러를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사는 티아나 카터(31)는 매일 밤 자신의 빚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공립학교 교육구 인사팀인 그는 처음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빚이 5만4057.93달러(약 7300만원)라고 공개했다. 카터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한 이후 시청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SNS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자녀 보육비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사는 전업 인플루언서 케일라 로즈(29)는 지난 3월 2만5000달러(약 3400만원)가 넘는 신용카드 빚을 공개했다. 이후 빚 상환 영상으로 새로운 팔로워들이 몰렸고 지난 8월에는 신용카드 빚을 모두 갚았다.

뎃톡 영상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빚'이 평소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주제라는 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넬대에서 SNS 문화를 연구하는 브룩 에린 더피 교수는 이런 영상이 "다른 사람의 재정적 선택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상황과 비교할 기회를 준다"고 분석했다.

기존 재테크 콘텐츠처럼 전문가가 등장해 해결책을 가르쳐주는 대신 실제 돈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모바일 뱅킹 앱 차임의 공인 재무설계사 브리트니 카스트로는 시청자들이 한 사람이 큰 장애물을 극복해가는 일종의 '영웅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과 비슷한 재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