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다른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 붐이 다른 분야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된 '인공지능 vs 나머지 모든 것'이라는 글에서 하이퍼스케일러 투자가 구축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축(밀어내기) 효과는 흔히 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금리가 상승해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뜻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AI(인공지능) 열풍처럼 민간 지출이 막대할 경우에도 금리가 오른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510억 달러' vs 나머지 모든 분야 '-1200억 달러'
크루그먼 교수는 월가 투자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스티브 래트너를 인용, 2024년 초를 기준점으로 봤을 때 지난 7월까지 AI 데이터 센터 건설에 510억달러(약 68조4300억원)가 증가한 반면 다른 모든 건설 분야에는 1200억달러(161조1600억원)가 줄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차트는 AI 산업 이외의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건 AI 지출 중 극히 일부"라며 "대부분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투자되는데 거기에 초점을 맞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투자액을 GDP 대비 비율로 보면 2023년 초 이후 기술(정보 처리 및 소프트웨어) 투자액은 GDP 대비 1% 이상 규모가 늘었으나, 다른 산업 분야는 GDP의 0.8% 넘게 줄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AI 붐이 다른 모든 산업을 밀어내고 있다"며 "높은 금리, 부족한 전력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것,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한 칩 가격 폭등 등 광범위하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1990년대 기술 붐, 다른 분야도 투자 늘어
그는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타격을 받는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AI 붐이 경제 전반에 외려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또 "잘못된 민간 투자로 인한 낭비도 정부 투자 못지않게 심각하다"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선 안 된다고 했다.
AI 붐이 다른 분야 투자를 고사시키는 현상은 유례가 없다고도 했다. 1990년대에 대해 "90년대에도 새로운 기술이 붐을 일으켰지만 비기술 분야 투자도 늘었다"며 "호황기에 미국이 해외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고, 그게 기술 붐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 "인공지능 붐으로 기존 산업의 자리가 광범위하게 위축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투자 쏠림) 이건 가상적인 위험이 아니다.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국제무역 관련 이론으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