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불발 뒤끝?"…'ICC 해체' 거론한 트럼프 행정부

유효송 기자, 심재현 특파원
2026.10.10 10:43

美 ICC 제재 결정에 EU·일본 등 동맹국도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프리먼 콜리세움에서 중간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사진=권성근

미국 정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고강도 제재 방침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이번 결정이 ICC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직 ICC 재판관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직후 나온 이번 제재 결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녹아들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다수가 ICC의 일원이고 미군 병력에 방어를 의존하는 우리의 동맹들이 이 '불량 재판소'를 제지하는 데 나서주길 기대한다"며 ICC 제재 결정을 알렸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ICC가 위협을 중단하든가 아니면 우리가 ICC를 없애버리겠다"며 ICC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의지를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 관할권 내 ICC의 모든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 기업과 개인은 6개월 유예 기간 안에 ICC와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루비오 장관이 협조를 요구한 동맹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ICC 가입국이 많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재정 기여도가 높은 일본 등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재는 나비 필라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 직후 발표됐다. 백악관은 이번 제재 조치가 노벨상 발표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교가에서는 ICC 재판관 출신이자 친팔레스타인 성향인 필라이가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제재가 발동되면 재판소 업무와 직원, 그 가족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이번 결정이 "ICC가 핵심 기둥인 국제형사사법의 공동 추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EU는 ICC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제재 조치를 "매우 유감스럽다"고 규정하고 "재판소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6개월 연기가 "대화의 여지를 마련해준다"는 의미이기를 바란다고 해석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각국에 이러한 조치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며 해당 제재는 국제형사재판소를 "고립시키고 궁극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범죄 혐의로 ICC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미국의 조치를 칭찬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X(구 트위터)를 통해 "ICC는 법원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 법치 민주주의 국가와 국가 주권이라는 개념 자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정치 기구"라고 적었다.

나비 필라이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로이터=뉴스1 /사진=(로이터=뉴스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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