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불발' 트럼프 몽니… 평화상 발표 직후 ICC 제재

유효송 기자
2026.10.12 03:00

ICC 출신 수상자 대한 불만 해석… "韓 전쟁 내가 막아" 자평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를 "전례가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후 이뤄졌는데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노벨평화상 불발에 분노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필라이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평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 "국제 재판소, 특히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가 존속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엄청난 긴장과 불안감이 조성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루 전인 지난 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ICC 재판관을 지낸 필라이를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맡았고 지난해엔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이 벌어졌다는 결론을 내린 유엔 독립국제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은 수상자가 발표되고 몇 시간 뒤 ICC에 대한 새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관할권 내 ICC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 개인은 6개월의 유예기간 안에 ICC와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백악관은 이번 제재조치가 노벨상 발표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ICC 출신인 필라이의 수상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수상자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노벨위원회의 선택을 "수치스럽고 창피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필라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난 8건의 전쟁을 해결했다"며 "1개가 아닌 8개의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전쟁은 종식하거나 승리하기 직전"이고 한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도 끊임없이 막고 있다고 자평했다.

미국의 고강도 ICC 제재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도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정이 ICC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제재가 발동되면 재판소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제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유예기간이 대화의 여지를 둔 것이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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