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에너지 휴전' 발표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관련 회담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60일 전면 휴전 제안에는 선을 그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진정으로 선거를 치르길 원한다면 선거 당일 하루 동안은 공습하지 말란 명령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0일간 휴전하면 그동안 대선을 치르겠다고 한 것을 사실상 거부한 걸로 풀이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서로 에너지 시설은 공격하지 않는 이른바 에너지 휴전에 대해선 "가능성 있는 회담이 진행 중"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정보가 공개될 거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에너지 휴전이 즉시 발효된다"며 "양측 모두 합의했다. 위반하지 말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최소 6곳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는 미국에 제안한 에너지 휴전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지난달 14일에도 '휴전' 합의 주장…중간선거용?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휴전 발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에도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의 디젤 연료 시설을 파괴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디젤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있단 거였다. 그러나 하루 뒤인 지난달 15일 러시아·우크라이나는 상대국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
트럼프의 연이은 일방적 휴전 발표가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감안한 거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NBC 방송이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투표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3%가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지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트럼프에 대한 반대 의사, 즉 심판론의 핵심은 경제 정책이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이 미국 경제에 '해를 끼쳤다'는 응답이 55%로 '도움이 됐다'(26%)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는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안정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만회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전 합의 발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 480만톤을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전쟁을 장기화하게 해주는 투자라는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 요구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단 소식도 전해졌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측이 '에너지 휴전' 기간 동안 러시아 에너지 기반시설이 공격당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 최고위 군 관계자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위협했다"며 "정보 공유를 끊겠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파블로 팔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도 미국 측 전화를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밝혔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2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에도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