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압박 속 스타링크 속도제한… 젤렌스키 "파트너 잃었다"

조한송 기자
2026.10.15 10:58

디젤값·정보 차단·위성 제한까지…트럼프의 매서운 압박에 젤렌스키 "배신감"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스타링크 기반으로 사용하는 군용 인공위성 시스템이 속도가 느려지거나 연결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무인항공기 운용을 위해 해당 단말기를 사용 중이던 우크라이나군은 일부 임무에 차질을 빚었다.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근 러시아와 협상하라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인공위성 시스템마저 제한받은 것이다.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속도나 사용 제한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결정된다"고 밝힌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기밀 장소에서 우크라이나군 정보국(HUR) 소속 군인이 러시아를 향해 발사할 장거리 공격형 드론 ‘An-196 류티'를 점검하고 있다. 2026.05.29. /사진=민경찬

우크라 군용 스타링크 돌연 '속도 제한'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사용하는 인공위성 네트워크인 스타링크의 단말기가 시속 160km 이상의 속도에서 신호 장애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우크라이나군의 여러 임무가 차질을 빚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이번 제한 조치가 "사전 경고도 없이 한밤중에 느닷없이 적용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자문위원인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는 "스타링크는 러시아의 제트 추진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중인 요격기에 활용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장거리 드론 작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자국 방어 능력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우연이 아니며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연관돼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스타링크의 신호 장애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을 받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턴 "종전을 위해선 러시아에 양보하라"는 압박이 가중되는 시점에 발생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14일 소셜 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스타링크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군용 위성 네트워크인 '스타실드' 시스템은 미국 정부의 소유이자 통제 속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속도나 사용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미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와실라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와실라의 커티스 D. 메나드 기념 스포츠센터 연단에 서 있다. 2026.10.1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와실라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젤렌스키 "강력한 파트너 잃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하며 그렇지 않으면 핵심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디젤(경유) 가격 급등이 걸림돌이 되자, 우크라이나 압박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받기 전 우방국들로부터 사전 경고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이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아니다 (정보 공유를) 중단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을 돕고 있다"며 "우리는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머스크가 이번 주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후, 스페이스X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제한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러시아 정유시설은 건드리지 마라. 그것은 세계적인 문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젤렌스키가 너무 나갔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디젤 연료를 구매하겠다는 트럼프의 제안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대통령은 "강력한 파트너를 잃게 되어 유감"이라며 "우리는 약해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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