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치 약 3조5000억달러(약 465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술기업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머스크는 이 두 거대 기업을 하나로 묶는 계획을 "좋은 아이디어"라고 언급하며 양사의 통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테슬라의 전기차, 에너지, 로보틱스 사업과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및 위성 인터넷 사업이 하나로 묶이게 된다. 다만 합병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고 주주 승인과 규제 심사 등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AI 공급망 통합 노리는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CEO가 두 회사를 합병하려는 배경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사업의 방향을 AI 중심으로 전환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머스크의 AI 개발사인 xAI를 인수, 우주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모델링에 따르면 AI는 올해부터 스페이스X의 가장 큰 매출 창출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칩부터 데이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AI 공급망을 직접 소유하기를 원했다. 그가 보유한 두 기업을 하나의 기술 거대 기업으로 합병하면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이미 칩 제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협업에 나선 상태다. '테라팩'이라 불리는 첨단 AI 반도체 공장은 텍사스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로보택시, 옵티머스 로봇을 위한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의 궤도 AI 위성 전용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 주식 교환 방식 인수 유력… "테슬라 주주 설득이 관건"
스페이스X는 7월 초 기준 시가총액이 약 2조달러로 테슬라(1조5000억달러) 대비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안을 유력하게 본다.
스페이스X가 전액 주식 교환 방식의 거래를 추진할 경우, 테슬라 주식 1주당 자사 주식 몇 주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교환 비율을 제시해야 한다. 테슬라 주주들은 현재 주식 거래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 역시 이날 "테슬라 주주들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얻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다"며 "어느 위원회도 아직 통합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업 규모를 고려했을때 규제 당국의 심사도 거쳐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래의 최종 가치는 지급되는 프리미엄을 비롯해 승계되는 부채 규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7월 초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 합병 법인의 가치는 4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기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결합은 2000년 보다폰 그룹이 독일 재벌 만네스만을 약 2000억달러에 인수한 기록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합병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