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의 기적' 축배는 짧다… 경제 회복·정국 장악 과제 산적

백소희 기자, 유효송 기자
2026.10.27 04:13

1차투표 열세 뒤집고 역전
중남미 '블루타이드' 제동
시장, 재정긴축 기대 꺾여
브라질 ETF 장외 20% ↓
보수정당 의회장악도 부담

2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노동자당(PT) 소속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마지막 유세 행진 도중 취재진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사진=(상파울루 로이터=뉴스1)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사진)이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1차 투표 열세를 뒤집고 역전해 중남미 우경화 흐름, 이른바 '블루타이드'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우파정당이 상·하원 양원을 모두 주도하는 데다 선거 직후 경쟁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4기 룰라정부 국정운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치른 대선 결선에서 51.8%를 득표해 48.2%를 얻은 보우소나루 후보를 3.6%포인트(P) 차로 눌렀다.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 득표율 45%로 1위 보우소나루 후보(47%)에게 220만표 차로 밀렸으나 결선에선 보우소나루 후보보다 430여만표를 더 얻으면서 역전을 이뤘다. 1차 투표 2위 후보가 결선에서 당선된 것은 1989년 브라질 민주주의 복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중남미에서 우경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라질에서는 좌파가 정권을 지키게 됐다. 온두라스,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 보수성향 지도자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들 국가는 안보·이민 의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손잡았다. 반면 룰라 대통령의 승리로 중남미 우파정부 블록에 브라질이 합류하진 않을 전망이다. 룰라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셀수 아모링은 로이터에 "좌파는 중남미에서 균형점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룰라가 바로 그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친시장' 후보 패배에 실망? 증시 하락세

룰라 대통령은 저성장 부담을 안고 4기 임기를 시작한다. 브라질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2.3%로 예상한다. 공공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82%를 넘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최고수준이다. 가계부채는 급증했고 개인대출 연체율은 20년 만에 가장 높다. 높은 금리와 가계부채 부담에 소비가 위축된 데다 재정여력도 크지 않아 성장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앞서 투자자들은 재정삭감을 공약한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를 기대하며 브라질 자산에 자금을 넣어왔다. 재정지출 삭감 공약이 실현되면 브라질 재정이 정상화되고 국채수익률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가계부담 완화정책과 복지프로그램 15% 증액 등을 공약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개표 후반 룰라 대통령의 승리가 굳어지자 미국 뉴욕증시에서 브라질 대표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iShares MSCI Brazil ETF·EWZ)는 장외에서 2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막강한 보수정당을 상대하며 정치력도 발휘해야 한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이끄는 우파 자유당(PL)은 브라질 의회 하원 513석 중 121석, 상원 81석 중 28석을 확보해 양원 최대정당이 됐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보수적인 의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상파울루 게툴리우바르가스재단(FGV)의 올리버 스투엔켈 국제관계학 교수는 "룰라 대통령이 처음부터 레임덕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법관 지명, 정당연합, 탄핵 위협 등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속노동자에서 4선 대통령으로

2003년 처음 집권한 룰라 대통령은 이로써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집권, 비연속이지만 총 16년을 재임할 전망이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재임기간과 같다.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조합 지도자를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첫 집권기인 2003년부터 복지프로그램을 도입해 빈곤감소 성과를 냈고 2011년 두 번째 임기를 끝낼 때는 지지율이 83%를 기록했다. 다만 3기 집권기에 높은 생활비와 범죄문제로 불만이 커지면서 지난해 2월 정부에 대한 긍정평가는 24%로 룰라 대통령 집권기 가운데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룰라 대통령은 내년 1월5일 81세로 새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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