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느린 것에 대해서는 유독 눈길이 한 번 더 가곤 합니다. 크고 빠른 것이 추앙받는 세태에 조금은 남다른 어른인척 하고 싶은 걸까요? 그냥 이유도 없이 작고 느린 것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나동진 작가의 『더 나음 The Slower The Better』와 닿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 어른들이 청소년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쓴 책은 세상에 참 많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 나동진은 중학교 1학년입니다. 그는 어른이 청소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되길 바라며 썼다고 합니다. 청소년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습니다.
경청이야말로 청소년을 이해하는 핵심인데, 들어 주려해도 정작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 애를 먹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다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또래 친구들에게만 마음 문을 열기 때문에 어른인 우리들은 다가가기 힘든 것입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오랜 가정불화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어졌고, 느리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상처가 폭발하여 작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느림은 순간이 아닌 연속이라고 믿습니다. 느림은 시간이 필요한 성장의 연속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느리다고 꾸중하거나 비난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장하는 과정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어야 하는 때에 오히려 다그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지금 느리더라도 자세히 보면 쉼 없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조바심을 버리고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느리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혼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주인공이 RC카(무선모형자동차)경주대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우승을 합니다. 그것도 국내대회가 아닌 아시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챔피언이 된 것이지요. 느리지만 꼼꼼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에게 모형자동차를 직접 조립하는 것과 세밀하게 무선 조종하는 일이 딱 맞았습니다. 이렇듯 성장은 변화를 속성으로 하기에 반전의 드라마를 제공합니다.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새 희망을 품게 해줍니다.
나동진 작가의 『더 나음 The Slower The Better』그림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새 희망을 싹 틔우고,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상처를 입은 사람만이 진정한 치유자로 설 수 있다고 합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의 모습으로 또래 친구들과 어른들의 마음문제를 도와주는 청소년 작가, 나동진군을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를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다정함과 든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책 중에 『더 나음 The Slower The Better』이 유난히 반짝이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중학생 아들이 글을 쓰고, 아빠는 바쁜 농사일에도 휴식을 포기하고 매일 저녁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아들을 응원하는 애틋한 부정을 담아서 말이지요. 이 글을 쓴 나동진 작가와 그림을 그린 오병철 작가님은 새롭게 맺어진 부자지간입니다. 중학생 특유의 냉소가 주는 통쾌함과 서정적인 그림이 주는 포근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책이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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