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야자수부터 자동차, 스케이트보드, 그라피티(낙서)까지…이때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전시죠."(호암미술관 관계자)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이 10개국 23명의 창작자와 함께 '아트 스펙트럼 2026'을 개최한다. 2001년부터 시작된 신인 작가 발굴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25주년을 맞이해 유럽을 상징하는 미술기관 '팔레 드 도쿄'의 손을 잡았다.
호암미술관의 콘셉트는 '묵직한 전시'로 요약된다. 고미술 분야에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나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국보를 소장하고 있으며 상설전을 수시로 연다. 이우환이나 김환기, 루이스 부르주아 등 무게감 있는 현대미술 작가도 잇따라 호암미술관을 찾는다.
하지만 아트 스펙트럼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결이 다르다. 10개국에서 모인 23명(팀)의 작품 63점은 신인 작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다. 묵직함·엄숙함 대신 발랄함과 독특함으로 무장했다. 조각부터 설치, 회화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다양한 구조물로 이뤄진 신선한 발상의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앞뜰에 설치된 인공 야자수 모양의 '퍼레이드 파라디 II'(레이첼 윤)나 시간제 주차장 간판들로 만든 '타임 게이트'(사이드 코어), 유리 진열장으로 만든 사운드 설치 작품 '뮤직 사이렌'(홍애린)등이 시선을 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대형 작품들도 흥미롭다. 중국 작가 루오판 첸이 만든 거대한 설치미술이나, 우리나라의 작가 2명이 구성한 'dpgp78'이 그린 벽화 '달빛 알러지'도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거대한 반구가 매달려 있는 형태의 '매달린 달'(스즈코 야마다)도 신비감이 든다.
호암미술관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유망 미술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팔레 드 도쿄와 공동으로 '아트 스펙트럼'을 기획했다. 전시 작가 중 일부는 팔레 드 도쿄가 프랑스 정부와 함께 여는 미술제에도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띄어쓰기 없이 쓴 전시 주제인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역시 각자의 고유성을 보존하면서도 경계를 뚜렷이 하는 신인 작가들을 상징한다.
삼성문화재단은 그동안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던 아트 스펙트럼이 덩치를 불려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됐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암미술관에서 신인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아트 스펙트럼의 범위를 넓히면서 저마다 다른 문화·사회적 배경을 함께 바라보려고 했다"며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호암미술관의 내부와 야외 공간을 폭넓게 활용한 전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