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거나 평가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진 평론가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영화 '암살자(들)'의 완성도, 장점과 단점 등 다양한 점을 함께 지적하며 견해를 피력했다"면서 "그 가운데 제가 말한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어요'라는 한 대목이 따로 인용되면서 제가 어떤 취지로 그 말을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에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쏴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는 사건 배후에 청와대와 중앙정보부가 개입했음을 암시하는 설정을 담아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해당 영화 리뷰 영상에서 이 평론가는 별 5점 만점에 3점을 주며 "사건의 흐름과 틈새를 밀도 높게 파고든 시선"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그런데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발언한 부분 등을 놓고 댓글창을 통해 비판이 다수 제기됐고, 결국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측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채널에서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된 건 이례적이다.
이 평론가는 "제가 그 말을 한 것은 당시 국립극장에서 발사된 총탄들의 행방과 소재를 둘러싼 의문을 비롯해 공식 발표만으로는 선뜻 해소되지 않는 지점들을 이 영화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며 "영화가 제기하는 모든 가설이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었고,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같은 영화를 보고도 특정한 장면이나 설정에서 다른 함의를 읽어내는 관객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주장은 이 영화에 대사로든 장면 묘사로든 담겨있지 않다고 본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유족 분들이 살아계시는데 어떻게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음모론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질타는 존재하지도 않는 주장을 가정한 후 공격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제가 리뷰에서 논한 것은 영화가 제시하는 의문과 그 의문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인물을 암살 배후로 단정하는 주장이 아니었다"고 했다.
19년 전 다큐멘터리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이번 발언이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적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사건과 배우들의 재연 장면 사이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한 것"이라며 "반면 '암살자(들)'은 배우들이 연기는 극영화다. 관객 역시 그것이 극화된 이야기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기에 다큐멘터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를 평하면서 작품에 따라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번갈아가며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 영화에 대한 제 견해는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제 견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끝으로 이 평론가는 "이번 영화에 대해 제가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다"며 "따라서 그 리뷰에서 제가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