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조여도 티켓 장터 '북적'…솜방망이에 '표' 안나는 플랫폼 규제

김승한 기자, 정세진 기자
2026.10.04 08:00

[MT리포트]K컬처의 그늘, 암표공화국 (下)

[편집자주] 암표방지법 시행 한 달, 메신저와 해외 사이트를 통한 우회 판매가 이어진다. 대통령이 나서서 엄벌을 외치고, 처벌 수위를 높였는데도 암표가 사그라들 줄 모른다. 한정된 표를 선점해 웃돈을 붙이는 수익 구조와 단속·플랫폼 관리의 빈틈을 짚고, 정당한 관람 기회를 되찾을 해법을 살핀다.
암표는 불법인데 거래 플랫폼은?…커지는 티켓 리셀 시장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암표 근절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 티켓 재판매 플랫폼은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 소수 판매자에게 거래가 집중되는 가운데 부정판매자에 비해 플랫폼에 대한 제재 수단은 제한적이어서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티켓 재판매 플랫폼인 티켓베이 운영사 팀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171억9914만원, 영업이익은 73억3954만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65.1%, 106.2%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두 배 이상 늘었다.

플랫폼 성장과 함께 일부 판매자에게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티켓베이 판매자 4만4160명 가운데 거래 건수 상위 1%인 약 441명이 전체 거래의 41.2%를 차지했다. 거래금액은 298억6400만원에 달했다. 상위 10%의 거래 비중은 74.8%였다. 개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된 표를 넘기는 수준을 넘어 반복·대량 거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팀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8월 28일 법 시행 이후 판매 등록과 실제 거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켓베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예매처의 1인당 구매 가능 수량까지만 재판매하도록 제한하고 올해 1월에는 티켓 한 장당 판매 등록가격을 100만원 미만으로 제한했다. 다만 지난달 4일부터 가격 상한은 폐지하고 재판매 수량 제한만 유지하고 있다.

팀플러스 관계자는 "개정법 시행으로 보편적인 규제 기준이 마련된 상황에서 별도의 100만원 상한을 두면 오히려 '100만원 미만은 괜찮다'는 식의 오해나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가격 상한은 폐지했지만 자체적인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시행된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은 재판매를 목적으로 공정한 구매 과정을 우회·방해하는 '부정구매'와 상습 또는 영업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판매·알선하는 '부정판매'를 금지한다. 부정판매자에게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플랫폼에도 구매자·판매자 본인 확인과 부정판매 신고 기능 마련 등 암표 방지 의무가 부과됐다. 다만 부정판매자에게 적용되는 최대 50배 과징금과 같은 제재는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신고기관이 부정판매 방지 등을 목적으로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구조다.

티켓베이는 법 시행에 맞춰 부정판매 신고기관의 통합 신고 페이지로 연결되는 기능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도 거래 과정에서 자체 신고 기능을 운영했으며 관계기관의 자료 요청이나 게시물 노출 제한 등에도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실제 부정판매를 찾아내고 차단하는 과정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이용자 등의 신고와 관계기관의 조사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반복·대량 판매나 비정상적인 거래를 플랫폼이 보다 적극적으로 탐지·차단하도록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모든 재판매를 일률적으로 차단할 수도 없다. 공연이나 경기에 가지 못하게 돼 구입 가격 이하로 티켓을 양도하는 행위까지 '부정판매'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어서 정상적인 양도 수요를 수용할 통로도 필요하다. 정가 또는 일정 범위 안에서 티켓을 되팔 수 있는 공식 재판매 시장을 활성화해 정상적인 거래는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거래나 티켓 관련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플랫폼 안에서 과도한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거래를 자체적으로 적발해 신고하거나 차단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이 시행된 지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소비자의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고 이를 분석해 수사기관에 넘긴 뒤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과정이 모두 적극적으로 작동해야 법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걸리면 징역' 중국부터 '되팔이' 허용한 뉴욕까지…암표관리 살펴보니

-중국, 신분 검증통해 '1인 1표·양도불가'…뉴욕, 가격 상한 없는 리셀 가능

'디 에라스 투어'에서 공연하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스위프트./사진제공=테일러 스위프트 X(옛 트위터) 계정

'월드스타'의 공연 티켓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해외에서도 실명제, 형사처벌, 리셀(재판매) 가격 상한 적용 등 제도를 도입해 암표에 대응하고 있다.

3일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의 '해외 암표 규제 비교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대만은 실명제를 적용해 티켓을 매매하며 웃돈을 얹은 '되팔기'를 금지하고 있다. 입장권 액면가나 정가를 초과해 팔면 암표로 간주하고, 암표 적발에 걸리면 액면가 또는 정가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대만 달러(한화약 1억3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대만 문화부는 직접 암표 신고 사이트를 운영하고 암표를 팔다 현행범으로 체포될 경우 3일 이하의 구류에 처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9월 관객 5000명 이상 대형 공연에 '1인 1증 1표' 정책을 도입했다. 한 사람이 본인의 신분증으로 한 장의 티켓만 살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되파는 행위는 금지됐다. 공식 환불 창구를 통해서만 되팔 수 있다. 공연 입장 땐 예매자가 실제 관람객인지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황뉴(黃牛)'로 불리는 중국의 암표상은 사법 기관의 수사 대상이다. 중국 당국은 치안관리처벌법을 개정해 지난 3월부터 공연 입장권이나 체육경기 입장권의 암표를 판매할 경우 최대 15일의 구류와 5000위안(한화 약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도 입장권을 판매가보다 비싸게 리셀하는 것을 불법 전매로 규정해 형사 처벌한다. 주최 측의 동의 없이 상습적으로 또는 영업을 목적으로 암표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구금 또는 100만엔(약 85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런 보호 조치는 실명 확인을 통해 예매한 표에만 적용된다. 사정이 생겨 본인이 구매한 티켓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음악업계 단체들이 직접 만든 '정가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주요 예매처와 기획사들도 자체 공식 리셀사이트를 운영한다.

국가별 암표 관리 방법/그래픽=윤선정

영국은 플랫폼에 암표 거래를 규제할 의무를 부과한다.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암표가 정가의 수십배에 이르자 지난해 말 영국 문화부는 새로운 규제 법안을 발표했다. 매크로 등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면서 △정가보다 비싼 리셀 금지 △리레일 플랫폼에선 서비스 이용료 등 최소한의 수수료만 인정 △리셀 플랫폼에 티켓 정가 매매 모니터링을 의무화 △개인 리세일 티켓 수량 제한 등을 도입했다.

영국 공정거래청(CMA)은 티켓마스터 계열 리셀 사이트를 비롯해 비아고고(Viagogo) 등 글로벌 플랫폼과 2차 티켓 판매가 가능한 SNS(소셜미디어)에도 규제를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축구 경기 암표에 대해선 1994년부터 형사처벌 대상으로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다. 축구 티켓은 정가 여부와 상관없이 허가받지 않은 개인이 표를 팔거나 팔려고 시도만 해도 범죄에 해당한다. EPL(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직접 교환 또는 환불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구단이 승인한 교환 플랫폼에서의 거래만 허용한다. 각 구단은 암표 거래를 적발된 판매자와 구매자는 출입을 영구 금지시킨다.

반면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공연 티켓의 경우 웃돈을 붙여 되팔 수 있다. 연방법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만을 규제한다. 리 규정은 주마다 다른데 메인, 버몬트,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선 원가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의 리셀을 금지한다. 텍사스주에선 가격 상한이 없다. 뉴욕은 주에 등록된 티켓판매 업자가 아닌 시민은 온라인에서 가격 상한 없이 티켓을 리셀할 수 있다. 지하경제 성장을 우려한 지역 정치권이 소비자 선택권과 리셀 플랫폼의 영업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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