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박물관에 새긴 6개의 점…'점자의 100년'을 어루만지다

인천=오진영 기자
2026.10.06 16:14
6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린 '점에서 세상으로 :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에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교육서가 공개된 모습. /사진제공 =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문화 강국 시민으로서의 성과를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조명하는 첫 전시라는 데에서 의미가 큽니다."(김명인 국립문자박물관장)

6일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올록볼록한 점들이 가득 들어찼다. 6개의 점으로 그린 수천여개의 낱말들이 메운 공간에는 100여년 전 유산부터 시각장애인용 라면까지 수많은 물건에 새겨진 점자들이 겹쳐졌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세계문자박물관은 오는 7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한글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과 함께 '점에서 세상으로 :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를 연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점자가 총출동한다.

이날 공식 개막에 앞서 먼저 본 전시는 한글 점자의 발자취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느낌을 줬다. 일본어로 된 점자밖에 없던 일제강점기(1926년) 때부터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점자의 역사를 촘촘하게 소개한다. 점자가 반포되기부터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넓혀 온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6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린 '점에서 세상으로 :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에 공개된 '코 없는 코끼리'. /사진제공 = 국립세계문자박물관/사진 = 오진영 기자

문자박물관이 최초로 여는 점자 관련 전시인 만큼 관련 유산은 모두 한 자리에 끌어모았다. 훈맹정음의 원본 점자표는 물론 점자 교육 자료, 점자 인쇄 원판을 만들 때 쓰여진 족답식 제판기(인쇄 기기) 등 국가등록문화유산 11점이 공개된다. 박두성 선생이 직접 사용해 손때가 묻어 있는 점자 타자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와 다른 세계의 점자를 비교해 가며 살펴보는 공간도 꾸며졌다. 점자와 시각 장애인 교육의 발상지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세계 점자의 역사를 촘촘히 소개한다. 점자의 기본이 되는 6점식 점자 외에도 12점식 점자판이나 독일·미국의 점자 자료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의 의의는 문화예술에서 소외돼 있는 장애인들도 쉽게 누릴 수 있게 꾸며졌다는 데 있다. 점자 외에도 육성으로 해설하는 오디오 자료, 다른 촉감의 재질, 예측가능한 동선 구성 등을 배치해 장벽을 낮췄다. 문자박물관 관계자는 "비장애인은 물론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들도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공들였다"고 설명했다.

문자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김명인 문자박물관장은 "K컬처의 위상 확대에도 불구하고 문화 향유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문제를 환기하고자 했다"며 "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문자의 가치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6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린 '점에서 세상으로 :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 현장 모습. /사진제공 = 국립세계문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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