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으로 명절 할인 예산을?…'쌈짓돈' 논란 부추길 듯

세종=정현수 기자
2026.09.29 16:30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29.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명절 할인 지원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명절 농·축·수산물 할인에 투입하는 명절 지원예산은 아무래도 서민들의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수단'을 두고선 뒷말이 나올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에 1000억원대로 편성한 명절 할인 지원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그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지목했다. 야당으로부터 쌈짓돈 비판을 받는 미래대응기금의 용처를 두고서 정치적 해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1930억원의 농·축·수산물 할인 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9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석 3주 전 조사한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전년보다 2.3% 하락했다. 해당 조사에서 차례상 비용이 하락한 건 9년 만이다. 정부는 '예산 효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더 늘려서 설과 추석의 할인 지원예산을 1조원 정도 가까이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효과 때문이다. 할인 지원예산을 늘리는 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 절차는 간단치 않다. 정부는 지난 3일 내년도 예산안(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에 담긴 내년 명절 지원예산은 약 1600억원이다. 이를 늘리기 위해선 국회 증액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규모 증액이라는 점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또 다른 방법은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미래대응기금으로 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더 걷힌 세금을 토대로 신설하려는 일종의 '재정 저수지'다. 미래대응기금은 162조3000억원에 초과세수를 더해 조성한다.

명절 할인 지원예산이 미래대응기금의 성격에 부합하는지는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기획예산처가 제시한 미래대응기금의 4대 중점 투자분야는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다. 여기엔 해당 사항이 없다. 다만 당정이 미래대응기금의 용처로 양극화 대응을 거론했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접점은 있다.

시기적으로도 정치적 공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미래대응기금을 겨냥하고 있다. 기금의 존재 이유와 용처 등 문제 제기가 뒤따르는 상황이다. 야당은 미래대응기금을 정부의 쌈짓돈이라고 비판한다. 미래대응기금은 국회에서 확정하는 일반회계와 달리 정부의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대응기금을 명절 예산으로 활용하게 될 경우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이미 제시한 미래대응기금 투자 분야에 들어가 있지 않았던 명절 예산이 포함되면 야당의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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