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망대로라면 올해와 내년에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세수 풍년'을 맞게 된다. 특히 올해는 당초 예상보다 수십조원 많은 세금이 걷힐 전망이다. 세수 풍년인 동시에 정부의 대규모 세수 예측 실패를 보여주는 결과다.
재정경제부가 30일 발표한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478조6000억원이다. 이는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때 전망한 국세수입(415조4000억원)보다 63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통상 예산안보다 더 걷히는 세금을 초과세수, 덜 걷히는 세금을 세수결손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얼마의 세금이 걷힐지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하는데, 예상보다 더 걷히거나 덜 걷힐 경우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만큼 세수 예측은 중요하다.
63조2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건, 그만큼 정부의 예측이 틀렸다는 의미다. 이처럼 큰 규모의 세수 오차는 흔치 않다.
세수 예측 실패는 오차율로 따진다. 올해 추경 대비 국세수입 오차율은 15.2%다. 1950년(21.5%), 1988년(17.6%), 2000년(16.6%), 1989년(15.3%) 이후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본예산 대비 오차율은 22.7%까지 올라간다.
세수 예측이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은 반도체 호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초과세수 63조2000억원 중에서 법인세 몫이 35조원으로 가장 많다.
법인세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예상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나오면서 초과세수를 이끌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당시 두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339조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영업이익 전망은 638조원까지 늘었다.
법인세는 기업 영업이익을 토대로 납부한다. 하지만 과거엔 기업 실적이 그해 법인세에 바로 반영되지 않았다. 법인세는 기본적으로 전년 실적을 토대로 납부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바뀐 건 지난해부터다. 정부는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법인세 중간예납 가결산을 의무화했다.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그해에 법인세를 미리 납부하는 제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46조7000억원, 98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두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91조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2.7배를 벌었다. 이는 고스란히 법인세에 반영됐다.
재경부는 법인세 초과세수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 비중에 대해선 '영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법인세 중 반도체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50%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에도 영향을 줬다. 올해 소득세 초과세수는 15조6000억원이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등 임금상승률 증가, 특별배당 등이 근로·배당소득세에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기업이 이끈 증시 호조도 증권거래세(1조9000억원)와 농어촌특별세(6조7000억원)의 초과세수를 야기했다. 농특세는 다양한 세금에 연동해 부과하는데, 코스피 증권거래세에도 연동된다.
정부 전망이 맞는다면 올해 국세수입은 지난해 실적치(373조9000억원)보다 104조7000억원 늘어난다. 내년 세입 예산안은 올해보다 105조8000억원 늘어난 584조4000억원이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100조원 이상씩 국세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김병철 재정경제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모든 정보를 이용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추계한 결과"라며 "올해는 국가재정법 규정에 따라 국세수입을 재추계해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