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기자재는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태양광 인버터의 95.6%, 모듈의 79.2%가 중국산이었고 풍력 블레이드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기자재 경쟁력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을)실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에 설치된 중국산 인버터는 3367.4MW로 전체 3523.1MW의 95.6%를 차지했다. 중국산 모듈은 2397.1MW로 전체 3025.8MW의 79.2%였다.
중국산 모듈 비중은 최근 크게 높아졌다. 2021년 34.0%였던 중국산 모듈 설치 비중은 2022년 31.1%, 2023년 29.1%로 낮아졌지만 2024년 58.4%로 뛰었다. 이어 2025년 69.3%, 올해 1~8월 79.2%까지 상승했다.
인버터도 최근 중국산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2021년 29.8%, 2022년 21.0%였던 중국산 인버터 비중은 2023년 62.9%로 높아졌다. 2024년에는 17.7%로 떨어졌지만 2025년 78.5%로 다시 급등했고 올해 1~8월에는 95.6%까지 올라갔다.
실제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설비·업체도 대부분이었다. 올해 1~8월 중국산 부품을 하나라도 사용한 곳은 1만8340곳으로 전체 1만8998곳의 96.5%였다. 중국산 모듈을 사용한 곳은 1만4593곳(76.8%), 중국산 인버터를 사용한 곳은 1만5443곳(81.3%)으로 나타났다.
풍력에서도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았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준공된 국내 풍력발전단지 66곳 가운데 45곳이 중국산 부품을 사용했다. 전체의 68.2%다. 특히 중국산 블레이드를 사용한 발전단지는 43곳으로 65.2%를 차지했다. 중국산 터빈은 14곳(21.2%), 타워는 12곳(18.2%)이었다.
설치 물량 기준으로도 중국산 블레이드가 절반을 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풍력 공급량 1691.2MW 가운데 중국산 블레이드는 929.6MW로 55.0%를 차지했다. 중국산 터빈은 480.8MW(28.4%), 타워는 428.3MW(25.3%)였다.
문제는 핵심 기자재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될 경우 수입 차질이 발전사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기자재의 수입이 통상 갈등이나 국제 정세 변화 등으로 제한되거나 공급이 지연되면 신규 발전설비의 설치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설비도 고장이나 부품 교체가 필요할 때 필요한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유지·보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기자재를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회복력 차원에서 관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지난 5월 고위험 국가·공급업체가 제조한 인버터가 포함된 사업에 EU 자금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인버터를 통한 전력 생산 조작이나 발전 중단, 운영 데이터 무단 접근 등 사이버보안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뿐 아니라 핵심 기자재의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옥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면서 핵심 기자재는 특정 국가에 90% 이상 의존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공급망 종속을 키우는 일"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국산 수입 확대에 그치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에너지 안보는 발전량이 아니라 위기 때 누가 공급망을 쥐고 있느냐의 문제"라며 "정부는 보급 실적에만 매몰되지 말고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