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누군가는 맛을, 누군가는 씹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나이가 들거나 건강 상태가 달라지면 익숙했던 한 끼에도 새로운 배려가 필요해진다.
음식의 모양뿐 아니라 식감과 영양 구성까지 조절하는 '3D 식품프린팅'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음식문화의 도시' 전주가 이를 농생명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연구기관과 대학, 병원을 한데 모았다.
전주시는 7일 전주소통협력센터에서 국립식량과학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전북대학교병원 기능성식품임상시험지원센터, 전주대학교, 효사랑가족요양병원 등 6개 기관과 '푸드테크 3D 식품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사업 중 3D 식품프린팅 분야 공모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계다.
김상남 원장이 이끄는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은 사업 담당 기관으로 유치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국산 농식품을 새로운 소재로 개발하고 연구성과를 제품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3D 식품프린팅은 식품 원료를 디지털 설계에 따라 층층이 쌓아 음식의 형태와 내부 구조를 구현하는 제조기술이다. 원료 배합과 출력 조건에 따라 식감과 영양 구성을 조절할 수 있어 고령친화식품과 개인 맞춤형 식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프린터에 들어가는 식품 소재는 '푸드잉크'다. 이름에는 잉크가 들어가지만 먹을 수 있는 식품 원료다. 원료를 어떻게 배합하고 출력하느냐가 음식의 모양과 식감, 영양 구성을 좌우한다. 국산 농식품을 프린팅에 적합한 소재로 만드는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센터는 푸드잉크 개발과 프린팅 실증,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식품 개발, K-푸드 제품과 활용 분야 확대를 주요 기능으로 구상하고 있다. 소재·제조기술 개발부터 품질과 현장 적용성 검증까지 제품화에 필요한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병원의 참여다. 새로운 식품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품질과 안전성, 기능성을 평가하고 실제 이용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전주시는 국가 연구기관의 연구역량, 대학의 교육·연구 기반,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의 평가·실증 여건을 연결할 방침이다.
산업화 기반은 인접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찾는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과 협력해 시험·분석과 시제품 제작 기능, 식품기업의 생산 기반을 활용하고 개발 기술의 신제품·제조공정 적용을 지원한다. 기업의 기술 수요와 애로사항도 연구개발 및 사업화에 연결한다.
전주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북의 식품 관련 업종 등을 포함한 농생명바이오산업 사업체는 1743개다. 식료품 제조업 부가가치는 2조990억원으로 전국의 약 6.1%를 차지한다. 시는 이 기반에서 소재 개발과 제조기술 고도화 수요를 발굴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지난 5월 3D 식품프린팅 산업 심포지엄을 열고, 9월에는 전북특별자치도와 미래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술과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 협약으로 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체화했다.
조지훈 전주시장은 "전주는 농식품 연구기관과 대학·병원, 인접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음식문화와 첨단 제조기술을 접목해 K-푸드의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