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제시한 '반도체 호황' 상방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3.5%까지 높아졌다. 8~9월 수출까지 예상을 웃돌면서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추가로 상향될지 주목된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주요 해외 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5%로 전월 대비 0.2%포인트(p) 높아졌다. 지난 3월 말 2.4%에서 6개월 연속 상향 조정됐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경제가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는 3.8%,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6%, UBS는 3.5%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높였다.
한은의 현재 공식 전망치는 3.3%다.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기존 2.6%보다 0.7%p 대폭 높였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당초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당시 한은은 반도체 경기의 향방에 따른 별도의 시나리오 분석도 내놨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더 확대되고 국내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2%p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해외 IB들의 평균 전망치인 3.5%와 같은 수준이다.
8월 전망 이후 나온 수출 지표도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8월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048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2.1% 증가해 3개월 연속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468억3000만달러로 206.1% 급증했다.
반도체 수출은 가격뿐 아니라 물량도 함께 늘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가격 수준이 거의 100% 이상 오른 데다 물량도 8월에는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9월에는 수출 증가세가 더욱 강해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1209억4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달러 흑자로 크게 확대됐다.
한은도 9월 실적이 당초 예상을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유 부장은 "9월 무역수지가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8월 통관수출 기준 반도체가 약 180% 증가하는 동안 비반도체 품목도 약 18% 늘었다. 유 부장은 "최근 수출은 반도체 부분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반도체 부분에서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해외 IB 8곳 중 6곳이 내년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평균은 한 달 사이 2.5%에서 2.8%로 높아졌다. 한은 전망치인 2.9%와 격차가 0.1%p까지 좁혀졌다.
특히 한은의 상방 시나리오는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질 경우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6%p 높은 3.5%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에 따라 올해뿐 아니라 내년 성장률 전망도 추가로 높아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