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에 투자 검증까지…美중간선거 후 韓통상 셈법 복잡

세종=강영훈 기자
입력 2026.11.05 16:06 수정 2026.11.05 16: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볼룸(연회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로 의회 권력이 바뀌었지만 한국의 통상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관세 권한을 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는 의회 검증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질 수 있어서다. 과잉생산 조사 결과와 1000억달러를 넘어선 대미 무역흑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20대 의회에서 예산 심의와 행정부 조사·감독 등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다만 의회 권력 변화가 곧바로 관세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관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제한하는 법안도 상원 필리버스터와 대통령 거부권을 넘어야 한다.

당장 변수는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구조적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다. 미국은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치로 한국산 일부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기존 관세와 합산한 세율은 예외 품목을 제외하면 12.5% 수준이다. 과잉생산 조사에서 추가 관세가 2.5%포인트를 넘으면 한미가 합의한 15% 수준을 웃돌 수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관세를 15%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미국 측 입장을 전했지만, 해당 내용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 합의문에 명시되지는 않았다.

대미 무역흑자 확대도 압박 요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미 무역흑자는 1023억달러로, 종전 연간 최대치인 2024년 556억달러의 약 1.8배에 달했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아 추가 구매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미 투자 집행 과정도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3500억달러 규모 투자는 양당의 공통 관심사와 맞닿아 있어 약속 자체가 무산되거나 재협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민주당이 청문회 등을 통해 투자금 배분과 사업 선정, 경제성 등을 따져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직 확정되지 않은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이 사업 타당성 등을 이유로 알래스카 투자에 난색을 보일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석유화학·정밀기계 등 특정 산업을 겨냥한 301조 관세로 압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추진하면 사업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정부로서는 협상이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통상실장은 중간선거 이후에도 관세와 대미 투자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다만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치가 당초 우려만큼 강하게 나오지 않거나, 협의를 통해 일부 품목을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여지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 실장은 "투자 약속을 줄이거나 재협상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개별 사업의 사업성과 조건을 더 엄밀하게 검토하고, 비용 증가 시 조정 조건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트럼프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역량이 훨씬 높아진 만큼 대의회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법률과 관련된 부분과 대통령 재량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분하고, 특히 재량에 해당하는 부분에 집중해 대미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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