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달살기와 제주살이 로망으로 외지인 수요가 몰렸던 제주 주택시장이 끝모를 침체의 늪에 빠졌다. 제주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미분양 물량이 숨어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제주 미분양 주택은 3303가구로 전월(2909가구)보다 394가구(13.5%)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3000가구를 넘어선 규모다. 5~7월 이후 석 달 동안만 미분양 물량이 603가구(22.3%)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 증가율 1.1%와 비교하면 제주의 미분양 증가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악성 미분양이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7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2364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71.6%를 차지했다. 올 1월만 해도 2102가구이던 미분양 물량이 6월 2239가구로 불어나더니 7월에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청약 부진을 넘어 이미 지어진 집마저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분양은 외지인 수요를 겨냥한 읍면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미분양 2621가구 가운데 읍면지역 비중은 56.8%에 달했다. 관광지 인근과 세컨드하우스 수요를 기대해 공급된 주택이 장기 미분양 물량으로 남는 상황이다.
미분양 증가 속에서도 분양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2월 기준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612만9000원이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재로 높은 수준이다. 외지인 매수세가 약해지기 시작한 2023년 말 분양가 역시 3.3㎡ 2574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48% 웃돌았다. 외지인의 제주 주택 매입은 2023년 1498건으로 전년 대비 34.5% 급감했다. 외지인 투자 수요가 줄어든 이후에도 과거의 높은 수요를 전제로 형성된 분양가가 유지되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미분양 피해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단지가 사실상 통째로 공매에 넘어가는 건 물론 몸값을 수억원 낮춘 할인 분양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애월읍에서는 준공 1년도 안 된 425가구 규모 아파트가 한 가구만 분양된 채 나머지 물량이 모두 공매에 부쳐졌다. 다른 애월읍 아파트는 6억원대였던 분양가를 4억원대로 낮추는 대규모 할인분양을 진행했다.
이른바 한달살기 수요로 인해 한동안 활기를 띠던 임대차 시장도 온기가 식은 건 마찬가지다. 7월 제주 전월세 거래량은 2403건으로 전년 동월(2705건)보다 1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매 거래량 감소폭(4.2%)의 2배를 웃도는 감소 속도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제주는 관광객이나 한달살기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주택 매수수요까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지인 투자수요가 약해진 만큼 실제 거주수요와 임대수요에 맞춰 분양가와 공급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