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간재개발을 죄악시하는 접근으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5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 재개발 계획물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민간재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재개발 계획물량은 민간재개발 373개 구역·약 37만5000가구, 공공재개발 32개 구역·약 4만2000가구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도 중요하지만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민간의 역할을 외면해서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입장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공공재개발의 장점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공공이 하면 속도도 빨라지고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민간개발의 역할과 중요성을 외면하는 것은 곧 주택공급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시는 민간재개발을 부정부패와 직접 연결 짓는 인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정비사업의 투명성이 공공과 민간이라는 시행 주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를 운영하고 2014년부터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실시해 위법·부당행위를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에도 공공이 기준을 제시하고 위법행위를 바로잡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시행 주체에 대한 우열 논쟁보다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재개발의 사업 속도와 사업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시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공공재개발 도입 당시 사업기간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공공재개발 착공 실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시는 또 공공재개발은 총사업비의 약 3%를 사업시행 수수료로 부담하는 구조로 사업비가 5000억원이면 수수료만 약 15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아울러 공공재개발 후보지 3곳이 주민 반대와 사업성 문제 등으로 취소됐으며 공공방식을 검토하다 민간재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지역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실제 분담금과 사업성, 사업 추진의 예측가능성인 만큼 지역 여건과 주민 의사에 맞는 방식이 선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방문한 장위뉴타운에 대해서도 과거 정비구역 해제로 주거환경 개선이 지연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일부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과 노후 주거지가 혼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시는 신속통합기획과 사업성 개선,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을 통해 2031년까지 정비사업으로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민간 추진이 어려운 지역에는 공공이 참여하되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에는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는 "주택공급 정책의 기준은 공공과 민간의 우열이 아니라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주택을 공급하느냐에 있어야 한다"며 "정부·자치구와 협력해 주민이 선택한 정비사업이 실제 착공과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