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시들'… 5대은행 가계대출 1.3조 ↓

김도엽 기자
2026.10.02 03:55

총량규제 완화에도 주택거래·주식투자 감소 영향
금리 상승속 기업대출은 2년5개월새 최대폭 증가

5대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감 규모 추이/그래픽=김다나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확대했지만 지난달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오히려 1조3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주택거래가 줄어든 데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한달 새 8조원 넘게 늘어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의 지난달말 가계대출 잔액은 780조8340억원으로 전월 말(782조1192억원)보다 1조2852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같은 기간 125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신용대출 잔액은 1조3415억원 순감소했다.

정부가 8·13 대책으로 금융권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기존 1.5%에서 3.0%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실제 가계대출은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이 이미 지난 8월 말까지 확대된 목표치(약 7조1100억원)의 94%를 소진한 데다 지난달 중순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보수적인 대출취급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주택거래 자체가 줄면서 주담대 수요가 둔화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589건으로 전월(6564건)보다 30.1% 감소했다.

주담대 가운데 집단대출도 잔액이 455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8·13 대책 이후 총량규제 예외 대상이 된 잔금대출 취급은 늘었지만 신규착공과 분양물량에 영향을 받는 중도금·이주비 대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증가폭을 제한했다.

대출금리 상승도 대출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리변화에 민감한 신용대출은 주식투자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추석을 앞두고 상여금이 지급되면서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감소한 영향도 반영됐다. 이날 기준 5대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5.14~6.33%로 3개월 전(4.19~5.76%)과 비교해 상하단이 각각 0.57%포인트, 0.95%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잔액 감소에는 일시적으로 정책대출이 은행 장부에서 빠져나간 영향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은 은행에서 실행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주택금융공사로 유동화돼 은행대출 잔액에서 제외된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된 주택 가운데 중저가 주택 비중이 높아 보금자리론 취급도 늘었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지난달 유동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5대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월말 878조3862억원에서 지난달말 886조4813억원으로 한달 새 8조951억원 늘었다. 월간 증가액으로는 2024년 4월 10조8940억원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대다. 특히 대기업대출이 195조9746억원에서 201조4634억원으로 5조4888억원 늘면서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 기업금융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커진 영향"이라며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은행대출로 자금 조달처를 일부 옮긴 것도 대기업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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