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제조 현장을 시작으로 가정까지 아우르는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선다. 로봇 가격과 AI(인공지능) 학습 비용을 낮추고, 사용자가 직접 필요한 작업을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로봇의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크리스 하우저 삼성전자 RX사업추진실 랩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26'에서 "로봇 AI가 충분히 뛰어나져서 고객이 직접 로봇을 맞춤 설정할 수 있게 된다면 로봇의 대규모 확장 가능성이 열린다"며 "삼성은 잠재적으로 수백만대의 로봇을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RX사업추진실은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을 함께 개발하되 제조 현장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가정·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우저 랩장은 "삼성에는 100개가 넘는 공장과 100개가 넘는 제품 라인이 있다"며 "제조 현장에서 산업용 로봇 활용 사례를 먼저 연구한 뒤 궁극적으로 가정용 도우미 로봇(Home helper)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냉장고 등 가전제품 제조의 경우) 현재 작업의 절반도 자동화되지 않았다"고 설멸했다.
하지만 대규모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우저 랩장은 현재 범용 로봇 AI의 기술 수준을 "2026년은 10년 전 자율주행과 같다"고 평가했다.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대규모 확산에는 아직 상당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신뢰성은 연구 단계와 차원이 다르다. 하우저 랩장은 로봇의 작업 성공률이 99%에 달해도 공장에서는 부족하며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하려면 99.99% 이상의 성공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도 문제다. 현재 휴머노이드 한 대의 하드웨어 가격은 약 10만달러다. 여기에 고객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AI를 개발하고 데이터를 수집·학습시키는 비반복 엔지니어링(NRE) 비용도 약 10만달러에 달한다. 유지·보수 등 운영비는 연간 약 2만달러, 새로운 작업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추가 개발비도 약 2만달러가 든다.
하우저 랩장은 현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대해 "100%의 시간 동안 사람과 같은 속도로 일한다고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노동자"라고 소개했다. 연간 약 4000~4만달러가 드는 사람이나 기존 산업용 로봇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경제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에 휴머노이드 대중화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통해 하드웨어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AI 고도화로 작업별 개발비용도 줄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자가 직접 로봇을 가르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이 작업하는 영상 하나만으로 로봇의 동작을 학습시키는 기술이다. 사람의 손과 물체 움직임을 영상에서 추출한 뒤 이를 시뮬레이션과 강화학습으로 연결해 실제 로봇 동작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하우저 랩장은 "로봇이 실제 세상에 배치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얻게 될 것"이라며 "RX사업추진실은 신뢰성과 맞춤 설정 가능성 모두를 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탐색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개발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