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국내 이공계 인재의 '대기업 부설 연구소' 병역 대체 복무 허용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 분야와 반대로 산업계에서는 병역 특례를 확대해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전문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정부가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정부에 건의한 '이공계 인재 및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대체복무제 개선 방안'과 관련해 소관 부처인 병무청은 최근 회신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경총이 개선을 요청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현역 입영 대상자가 기업 부설 연구소 등 병무청 지정기관에서 3년간 연구 인력으로 복무해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과거 허용했던 대기업 근무를 금지해 중소·중견기업 부설 연구소에서만 복무가 가능해지며 이공계 인재의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병무청은 2013년 대기업에 신규 인원 배정을 중단했고, 중소·중견기업에서 18개월 복무 후 대기업으로 전직하는 제도 역시 2021년에 금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첨단산업 인력의 경력 단절을 막고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인데 대기업이 대상에서 제외되며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특히 해외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들은 눈높이가 맞지 않아 아예 제도를 활용하지 않거나 중소·중견기업 연구소 복무 후 미련 없이 해외기업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그동안 20대 청년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급감, 병역이행의 공정성·형평성 논란, 현역장병의 상대적 박탈감, 중소기업의 인력난 등을 고려해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 인원을 감축하고 대기업 복무를 제한해왔다"며 "(이를) 재허용 시 과거와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I(인공지능) 분야에 한해 대기업 부설연구소 복무 제도를 일부 재개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실제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삼성전자·LG전자·삼성메디슨·HD현대로보틱스를 대기업 전문연구요원 지정업체로 추천했고, 향후 병무청의 선정과 인원 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제도도 내년부터 3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대기업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연구요원 지정업체로 선정되려면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율 5% 이상 △글로벌 수준의 R&D(연구개발) 성과 보유 △중소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은 연구 분야 등의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