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과 협력하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 경제 공동체까지 발전하는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4일 EBS '위대한 수업'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을 주제로 지난 12일부터 오는 16일까지 EBS에서 강연한다. 이날 방영된 3강 주제는 '일본과의 연대, 왜 지금 얘기해야 하는가'였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과거 제국주의 시대와 유사한 국제 질서가 펼쳐지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진단이다. 최 회장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서는 누구와 연대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이 혼자 알아서 살아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야 하는데, 우리 혼자 과연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할 분야로 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양국의 화석연료 수입 규모를 합치면 연간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공동 구매와 저장을 통해 비용을 5~10%가량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발전도 협력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도 협력할 수 있다"며 "미래에는 수소도 함께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보다는 협력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AI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며 "이를 각자 따로 개발해 효율을 떨어뜨릴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은 완성품 제조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강점이 있다"며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이지, 꼭 경쟁 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일본이 경제 연대의 상대국으로 적합한 이유로 양국 사회의 유사성을 들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생·고령화와 저성장 문제를 겪고 있으며, 문화적·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만큼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상에서 한국과 일본처럼 문화적으로 가깝고 바로 이웃한 나라를 다시 찾기는 어렵다"며 "일본과도 못하면 다른 나라와는 더 어렵다"고 힘을 줬다. 아울러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시장끼리 함께 움직이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깨를 맞대고 보조를 맞춰 계속해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 연대가 단순한 양국 간 협력을 넘어 한국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결국 다시 성장하는 새로운 국가를 하나쯤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함께 고민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