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재라고 시험 면제했는데… 800도 못 버티고 뚫린 '화재안전' 구멍[르포]

이병권 기자
2026.09.07 07:00

강판·심재 소재가 모두 불연이면 샌드위치패널 완제품 '화재시험 면제'
가열 20분 만에 불연 글라스울 녹아내려…업계 "똑같은 기준으로 실험해야"

국내 공인시험기관에서 준불연우레탄(왼쪽 흰색)과 글라스울(오른쪽 갈색)을 비교 테스트 하는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지난 4일 찾은 한 국가공인 화재시험기관. 샌드위치패널의 심재로 사용되는 '준불연 우레탄'과 '불연 글라스울'을 좌우에 나란히 놓고 최고 8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20분이 지나자 준불연 우레탄은 표면만 타고 형태를 유지했지만 불연 글라스울은 고온에 수축·탈락하면서 형태가 완전히 무너졌다. 뻥 뚫린 자리로 불을 뿜는 수직가열로 내부가 훤히 노출됐다.

1000도가 훌쩍 넘는 실제 화재 현장에서 불연 글라스울이 형태 유지와 열 차단 성능을 보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장면이다. 가열 5분이 지난 시점의 이면 온도도 준불연 우레탄은 37~38도를 유지했지만 글라스울은 200도 가까이 온도가 치솟았다. 심재가 불연재라는 이유만으로 글라스울 샌드위치패널의 화재안전성 검증 절차를 전부 면제해 주는 현행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다.

현행 국토교통부 고시 '건축자재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 /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국토교통부 고시 '건축자재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은 강판과 심재로 구성된 샌드위치패널에 '실물모형시험'을 적용하는 의무조항이 있다. 실제 시공 형태처럼 패널을 조립하고 불을 붙여 접합부 화염 발생·천장 온도·복사열·화염 분출 여부 등을 종합 검증하는 시험이다. 최근 수년간 물류창고 등에서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강판과 심재가 모두 글라스울같은 불연재료면 완제품 실물모형시험을 아예 '면제'해준다. 제도 도입 초기에 시험시설이 부족해 대기 정체(1~2년)가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임시방편 성격의 조항이지만 실물 화재시험 시설이 충분히 늘어난 지금까지 면제조항은 수년째 그대로다.

문제는 샌드위치패널의 화재 안전성이 소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재의 밀도와 두께, 강판과의 접착력, 패널 간 접합부 구조에 따라 안전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불연 심재를 써도 완제품 실물 검증을 생략하면 제조 과정의 품질 편차나 기준 미달 제품을 화재 조건에서 걸러내기 어렵다.

'불연재로만 구성된 패널'이라는 전제에도 허점이 있다. 글라스울 샌드위치패널의 경우 심재를 강판에 붙일 때 결국 가연성 접착제를 사용한다. 불연 강판과 불연 글라스울이라는 소재만 두고 시험을 면제하면 화재 시 접착제가 타올라 불이 번지고 접합부가 벌어지는 실전 위험성을 검증할 길이 사라진다.

준불연 우레탄(왼쪽)의 단면과 글라스울(중간·오른쪽)의 단면

반면 예컨대 준불연 우레탄 패널의 경우 심재 자체의 성능시험부터 완제품 실물모형시험까지 이중으로 통과해야 한다. 과거 우레탄이 불에 취약한 유기질 소재였으나 준불연 우레탄은 화염에 노출되면 표면에 탄화막을 형성해 내부 열과 산소 침투를 막도록 진화했다. 이날 실험에서 준불연 우레탄이 형태와 열 차단 능력을 보여준 이유다.

그럼에도 시장의 평가는 치우쳐있다. 과거 가연성 우레탄과 EPS 패널 화재사고로 형성된 '유기질은 위험하다'는 고정관념 탓에 난연 기술을 적용하고 실물 화재시험까지 통과한 준불연 우레탄은 평가절하된다. 안전성 판단 기준이 과학적 검증이 아닌 '소재'의 편견에 갇힌 셈이다.

비용과 시간 부담 등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품질인정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가지 종류의 실물모형 시험을 각각 2회씩 총 4회의 시험을 거쳐야 하고 약 3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불연 패널업체는 단순히 소재가 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비용과 시간을 모두 아낀 채 경쟁한다.

건축자재업계는 반복되는 대형 건물화재 등 위험 속에서 진짜 안전을 확보하려면 시장에 나오는 '모든 샌드위치패널 완제품'을 동일한 실험대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화재 현장에 노출되는 건 단열재 하나가 아니라 패널 구조 전체이기 때문이다.

한 건축자재업계 관계자는 "특정 소재에 특혜도 문제지만 진짜 중요한 건 안전성"이라며 "불연이든 준불연이든 모든 제품을 동일한 조건에서 실물 시험해서 실제 화재 때 불길과 열의 확산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지 '성능'으로 안전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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