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쿠팡 '공정위 현장조사 중단' 신청 기각…조사 무력화 우려 계속

세종=박광범 기자, 오석진 기자
2026.09.23 17:41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사진제공=뉴스1

법원이 현장조사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 간 갈등에서 일단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이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중단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중단됐던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재개될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정위 현장조사가 다시 이뤄지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늦어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부장판사 최항석)는 이날 쿠팡 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직권조사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불응하며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할 때는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행정조사기본법 조항을 이유로 들면서다.

2007년 제정된 행정조사기본법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공정위 소관 8개 법률 위반행위 조사의 경우 사전통지 규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은 원칙적으로 사전통지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사전통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조사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증거 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조사대상자에 조사 개시와 동시에 조사 목적 등을 구두로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 판단으로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재개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메신저·메일 등 폐기가 쉬운 전자자료 확보가 핵심인데,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일정이 늦어지면서 현장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조사에 실질적으로 이르지 못하게 된 상황은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쿠팡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잠정적으로, 실질적으로 공정위 조사가 무력화된 데 대해선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잇따른 조사 거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 쿠팡뿐 아니라 한화도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와 강압적 요구가 있었다며 자료 제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기업들의 조사 회피를 방지할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주 위원장은 "조사와 관련된 여러 내부 규칙 등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분명하게 없애는 방식의 개선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각 결정은 직권조사 결정 자체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본안소송과는 별개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 사법부 (판결 과정에) 무거운 책임을 갖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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