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AI, 산업특성 감안해 만들어야[MT시평/장항배]

장항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
2026.09.18 02:00

정부가 추진하는 사이버보안 특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보안 독파모' 사업의 주인공이 지난 3일 정해졌다. 우리 기술로 보안에 특화된 AI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제 관심은 어떤 모델을 만들 것이냐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만들어진 모델이 실제 산업현장의 보안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안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AI가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위협정보를 분석하고, 수많은 로그에서 이상징후를 찾아내며, 취약점을 점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을 지원하는 AI가 필요하다. 결국 보안 독파모의 성과는 모델의 크기나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현장의 보안업무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러 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통의 보안서비스가 필요하다. 악성코드 분석, 취약점 점검, 위협 인텔리전스, 이상행위 탐지, 보안관제, 사고대응 등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기능이다. 이런 기능을 공통 기반으로 제공한다면 대기업뿐 아니라 보안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안은 여기서부터 더 어려워진다. 산업마다 지켜야 할 대상과 위협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은 이상거래와 계정탈취,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고, 제조업은 스마트공장과 운영기술(OT)·산업제어시스템, 공급망과 핵심기술 유출이 핵심 과제다. 방산은 국가핵심기술과 협력업체 보호가 중요하며, 의료는 환자정보뿐 아니라 의료기기의 안전까지 살펴야 한다. 공공부문 역시 국가 중요정보와 행정망을 다룬다는 점에서 민간과는 다른 보안환경을 갖고 있다. 산업별 현장 데이터와 업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AI의 답변은 그럴듯해도 실제 대응에는 쓰기 어렵다.

따라서 하나의 범용 AI가 모든 산업의 보안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공통으로 필요한 보안기능은 함께 개발하되, 그 위에 금융·제조·방산·의료·공공 등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AI를 쓰더라도 학습해야 할 데이터가 다르고, 지켜야 할 자산이 다르며, 적용해야 할 법과 규제도 다르다. 산업별 현장 데이터를 안전하게 축적하고 활용하는 기반도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는 AI를 이용해 보안을 강화하는 'AI for Security'가 주로 강조됐다. 이제는 AI 자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Security for AI'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데이터 오염, 모델 탈취, 프롬프트 공격, AI 에이전트의 권한 오남용은 앞으로 새로운 보안위협이 될 수 있다.

보안 독파모를 기술개발 프로젝트 하나로 끝내기에는 아깝다. 기업과 보안업계, 대학과 연구기관이 위협정보와 사고 경험, 산업별 전문지식을 계속 축적하고 활용하는 생태계로 키워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보안 LLM이 아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통의 보안 기반과 산업현장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서비스다. 보안 독파모가 연구실의 모델을 넘어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우리의 보안 AI'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장항배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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