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학생들도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대기업 계약학과만큼 인기는 아니지만 등록금을 절반 이상 지원받고 2학년부터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어 조기 취업을 원하는 수험생에게 좋은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학생들의 눈높이가 높아 진학 상담교사들도 적극 추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다수 운영하는 대표적인 대학은 한양대 ERICA(에리카)캠퍼스, 가천대 등이 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학생들은 1학년에는 학교를 다니며 전공 기초능력과 현장실무 기본교육을 집중 이수하고 2~3학년에는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실무 역량을 쌓게 된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적지 않다. 한양대 에리카 스마트융합공학부와 협약을 맺고 3명을 선발하는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현미경(AFM) 기반 반도체 계측장비 시장 세계 1위 기업이다.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기업 SKC도 한양대 에리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스마트융학공학부에서 2명을 모집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프로텍은 가천대 반도체·디스플레이학과에서 2명을 선발한다. 이 학과는 3~4등급의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학업과 함께 실질적인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경일대 G-반도체공정설비학과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극동에너지에서는 계약학과를 통해 입사한 학생이 태양광 모듈 유지보수를 위한 제어 시스템 아이디어를 제안해 개발 단계에 참여했다. 태양열 제품 데이터를 분석해 부품 교체 주기를 예측하면서 설비 가동률을 크게 높인 사례도 나왔다.
구미대 AI뷰티클러스학과와 협력하는 에코바이오의학연구소에서는 학생이 기업의 R&BD(사업화연계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의 피드백을 분석하고 실무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참여 기업 가운데에는 업력이 짧아 조직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기업도 있어 선별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기업에 근무한 뒤 적성에 맞지 않아 재학 중 퇴사하면 학교에서 제적 처리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는 야간 수업까지 들어야 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번아웃을 겪을 우려도 있다.
경기진학정보센터 상담교사 A씨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기업 면접이 중요해 합격자의 내신 등급은 천차만별"이라며 "중위권 학생들이 많이 도전하지만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보니 먼저 추천하기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