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15.5%를 넘어서며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시험이 비교적 쉽게 출제된 데다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극심한 '사탐런(사회탐구+Run)' 현상에 따라 과학탐구 1등급 인원은 100~200명대로 내려앉았다.
2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7학년도 9월 모평 채점 결과에 따르면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6만1457명으로 전체의 15.54%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모평 1등급 비율이 4.13%(1만6979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9월 모평의 영어 1등급 비율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장 높았던 건 2026학년도 6월 모평으로 19.1%가 1등급을 받았다. 2023학년도 9월 모평에서도 1등급 비율이 15.97%를 기록했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영어 1등급 적정 비율을 6~8%로 본다.
시험 자체가 평이하게 출제된 영향도 있었지만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응시한 점 역시 1등급 비율을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도 시험 직후 영어 난도가 다소 쉽다고 평가하면서도 1등급 비율은 1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 진학을 노리는 N수생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불수능' 이후 재도전에 나선 수험생까지 가세한 영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9월 모평 응시자 39만6118명 가운데 재학생은 29만8250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 N수생은 9만7868명이었다. 올해 수능의 경우 원서 접수자 55만1864명 중 N수생이 19만6473명으로, 2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6월 모평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N수생들이 9월 모평에 대거 응시했고 특히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1등급 비율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평가원이 이번 결과를 반영해 수능 난도를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수능 영어도 9월 모평 정도로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는 변별력이 6월 모평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9월 모평의 국어 1등급 표준점수는 131점(비율 4.16%)으로 6월 모평 128점보다 3점 높았다. 지난해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의 국어 1등급 표준점수는 133점이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표준점수가 높을수록 시험 난도가 높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학은 국어와 달리 6월 모평과 비슷한 수준의 난도를 유지했다. 1등급 표준점수는 128점으로 6월 모평(129점)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1등급 비율은 5.55%였다.
탐구 영역에서는 사회·과학 계열 간 1등급 격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과학탐구 필수 응시 요건을 폐지하고 사회탐구 성적도 인정하면서 '사탐런'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다.
응시자가 급감한 과학탐구Ⅱ는 1등급 인원이 100~200명대에 머물렀다. 과목별로는 △화학Ⅱ 125명 △지구과학Ⅱ 172명 △물리학Ⅱ 169명 △생명과학Ⅱ 292명이 1등급을 받았다.
과학탐구Ⅱ의 1등급 인원은 2026학년도 수능보다 크게 감소한 규모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화학Ⅱ 235명 △지구과학Ⅱ 251명 △물리학Ⅱ 358명 △생명과학Ⅱ 457명이 1등급이었다. 이번 9월 모평에서 과학탐구Ⅱ의 1등급 커트라인도 69~70점으로, 지난해 수능(65~68점)보다 높아졌다.
2027학년도 9월 모평에서는 과학탐구Ⅰ 역시 과목별 1등급 인원이 649~3224명에 머물렀다. 반면 사회탐구에서는 사회·문화 1만612명, 생활과윤리 7682명이 1등급을 받아 큰 대조를 이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목 간 유불리가 매우 커지면서 수험생의 노력과 별개로 입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탐구 과목별 유불리를 면밀히 따지고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 수시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