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통과시킨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조례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5일 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해당 조례는 집회와 시위 등 중증장애인의 권익을 홍보하는 활동도 일자리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한다. 시는 "집회와 시위를 직무로 인정해 시 예산을 지원하는 건 상위법 취지와 맞지 않다 "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중증장애인의 권익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재의결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시는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신설하고 그 범위에 권익옹호 활동을 포함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개정안은 UN 장애인 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인식개선,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직무로 규정했다. 시 예산을 투입하는 일자리에 권익옹호 활동의 구체적인 범위와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권익옹호 활동의 특성상 구체적 규정이 어렵다고 맞선다. 이상훈 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강북2)는 "법과 조례에서 권리옹호 일자리를 규정할 때 장소와 시간을 정해놓지는 않는다"며 "시민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사업의 특성상 규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탑승시위'는 권리 중심 일자리를 통한 예산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출근길 탑승 시위로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을 지원 받은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가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민주당 시의원 전원이 공동 발의한 해당 조례는 2020년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시장 지침으로 시작한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의 연속성 보장을 위한 것이다. 시가 2023년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2020~2022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참여자 전체 직무활동 가운데 집회·시위·캠페인 관련 활동이 50.4%를 차지했다. 시는 직무 편중 등을 이유로 2024년 사업을 중단했다. 이를 대신해 중증 장애인의 실질적 자립을 돕는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을 도입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맞춤형 특화 일자리는 권리 옹호 직무와 별도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의 확대에도 찬성한다"면서도 "중증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가서 한 문장을 이야기할 때 10분씩 걸리는 모습을 보여줘 인식 개선을 유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시는 이같은 권인 옹호 활동은 상위법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규정한 고용 촉진과 직업재활 취지와 연계되지 않는다고 본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종민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비례)도 지난달 11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특정 단체의 시위 활동에 대한 영구적 공공재정 지원"이라며 "명확한 직무 기준 없이 권익옹호 활동을 명문화하면 시민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시위까지 공공일자리로 인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공은 다시 시의회로 넘어갔다. 시장이 재의요구를 한 조례의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 단독으로 재의결이 가능하다. 이 원내대표는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는 정례회에서 반드시 재의결해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재의결로 조례가 확정돼도 시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시가 집회·시위 참여를 일반적인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를 반영해 달라며 지난달 28일부터 50일간 매일 출근길 지하철 내에서 1인 탑승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