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30년 묵은 세제, 유통기한 지나"…물가연동 세제 '결의안' 띄웠다

유재희 기자
2026.10.05 06:30

[the300][유통기한 지난 세제]<3>③

[편집자주] 정책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현실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정책과 제도는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정책이 어떻게 현실과 괴리됐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30년 전 국민소득 1만달러 시절에 만들어진 과표를 4만달러를 바라보는 오늘날까지 유지하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도를 방치하는 것. 세금은 걷는 측에선 합리성이, 내는 입장에선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만나 상속세와 증여세 등 세법 전반의 과세표준(과표)·공제 제도가 지닌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짚었다. 최근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국세청과 세제 전반의 실태를 검토한 이 위원장은 낡은 조세 체계의 개편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현행 세제의 구조적 모순을 30년 전 'YS(김영삼) 정부' 시절과 비교해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30년 전 그때 국민소득 1만달러쯤 될 때"라며 "지금 4만달러 시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대인데, 그때와 동일한 과표를 가지고 지금까지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세법은 경제성장의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5년 이상 개정되지 않고 묶인 세법상 공제 및 비과세 제도만 38개에 달한다. 이 중 자산 격차 완화를 위해 설계됐던 상속·증여세 관련 항목이 21개로 절반 이상(55.3%)을 차지한다. 상속세 기초·일괄공제(2억~5억원)와 배우자 상속공제(최저 5억원)는 30년 가까이 그대로다. 직계존비속 증여재산 공제(5000만원) 역시 10년째 제자리다.

실제 2005년 서울 사망자의 0.7%에 불과했던 상속세 과세 대상은 지난해 16%까지 늘어났다. 과거 상위 1% 초부유층을 겨냥했던 세금이 이제는 '수도권 1주택'을 가진 평범한 중산층의 턱밑까지 파고든 셈이다. 낡은 과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리 없이 세 부담만 커지는 '스텔스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 위원장이 제시한 대안은 선진국형 '물가연동제'다. 물가 상승으로 명목 소득과 자산 평가액만 올랐을 뿐 실질 가치는 늘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상위 세율 구간에 진입하거나 면세선 밖으로 밀려나 세 부담이 가중되는 왜곡을 바로잡자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물가에 연동한다는 건 세제의 세계적인 보편성"이라며 "이걸 안 하는 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두 국가뿐"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상속·증여세와 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제를 손보기 위해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띄웠다. 통상적인 의원 입법 방식으로는 수십 개에 달하는 세법 조항을 일일이 개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은 "이번 결의안은 단순히 특정 세금을 깎아주자는 단편적인 감세 논쟁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국가 법제를 현실에 맞게 현대화하는 출발점"이라며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다가오는 국정감사와 정기국회에서 조세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대전환하는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한병도 원내대표,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오기형 재경위 간사, 정태호 예결위 간사 등 여당 의원 19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야 간 협치 또한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정책위 부의장인 박수영 의원 역시 과거 물가연동 세제 도입을 공식 주장했던 만큼 진영 논리를 넘어선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자 감세' 비판에 대해선 이 위원장은 "세수가 감세가 될지 그대로 유지될지는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세제라는 것은 현실화해 주는 게 맞다"며 "물가 상승으로 발생한 것까지 국가가 세금으로 다 거두면 과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여태까지 국회를 보면 세출(쓰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많았지만, 세입(걷는 것)에 대해서는 큰 관심들이 없었다"라며 "국민들은 '국가는 부자인데 왜 국민의 삶은 가난한가' '우리가 내는 세금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세금이 과연 양극화의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