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세제
정책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현실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정책과 제도는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정책이 어떻게 현실과 괴리됐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정책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현실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정책과 제도는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정책이 어떻게 현실과 괴리됐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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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임금이 오르는 동안 소득세 과세표준이 장기간 제자리에 머물면서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사실상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표구간과 각종 공제액을 물가에 연동하거나 주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괴리다. 물가 상승에 따라 월급이 올라도 구매력이 그대로라면 실질소득은 늘지 않는다. 그러나 과표가 고정돼 있으면 더 높은 세율 구간에 진입해 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현행 소득세는 과표에 따라 6~4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하위 과표구간은 2023년 한 차례 조정됐지만 35% 세율이 시작되는 8800만원 기준은 2008년 이후 18년째 그대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소득 증가가 소득 대비 세 부담 확대로 이어지면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과표 구간과 소득공제액에 물가 변동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가족공제 등 정액 공제도 오랫동안 조정되지 않아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2월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월급쟁이가 낸 세금이 60조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인용했다. 월급쟁이 세금은 근로소득세를 지칭한다. 이 대통령은 당시 "물가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건데, 이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68조4216억원이었던 근로소득세 수입은 올해 73조2482억원, 내년 102조4446억원으로 증가한다. 근로소득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직장인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었다는 의미다. 월급과 성과급이 많이 올라서 세금을 많이 냈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세금을 많이 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근로소득세가 그렇다. 이 대통령의 인식처럼 '사실상 증세' 혹은 '조용한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 ━'월급쟁이 세금', 근로소득세가 뭐길래?━근로소득세를 좌우하는 건 과세표준과 세율이다.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근로소득세 수입도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월급 생활자들의 세 부담이 커지는 이른바 '조용한 증세'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도 근로소득세 수입 전망치는 102조4446억원이다. 이는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안에 반영된 수치로, 올해 전망치(73조2482억원)보다 39. 9% 늘어난 규모다. 근로소득세 수입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건 처음이다. 내년 근로소득세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건 대기업들의 성과상여금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전 국민의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소득세 과세체계의 영향 역시 적지 않다는 평가다. 2024년 기준 총급여 1억원을 초과한 사람은 154만5725명이다. 10년 전인 2014년(52만6406명)과 비교하면 2. 94배 늘었다. 2009년(19만6539명) 대비로는 7. 86배 증가했다. 2009년 1. 4%에 불과했던 억대 연봉자 비율은 2024년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