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규제부터 근로·환경·의료·교육 총망라…특구법 뜯어보니

유재희 기자, 김도현 기자
2026.10.25 17:10

[the300]

여당 초광역특구법 박상혁·최기상안 비노동 특례 조항/그래픽=윤선정

당정이 추진하는 초광역특구법의 320여개 규제특례를 들여다보면 기업의 투자와 사업 추진에 초점을 맞춘 규제 완화 조항이 폭넓게 담겨 있다. 대기업 출자 규제부터 근로시간, 환경·의료·교육 분야까지 다수 규제들의 족쇄를 푼다. 반도체 합작법인 설립에 필요한 지분 보유 기준을 낮추고, 외국인투자기업의 인력 운용과 의료기관 개설에도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초광역특구 제도에는 320여개 규제특례가 포함됐다. 지역 전략산업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세부 특례는 박상혁·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주회사 출자 규제 완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를 늘려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초광역특구법은 반도체 분야에 예외를 뒀다.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일정 요건을 갖춘 공동출자법인을 설립하면 지분을 50% 이상만 보유해도 된다. 외부 투자자가 나머지 지분에 참여할 수 있어 대규모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분담할 수 있다.

금산분리 규제에도 예외를 마련했다. 공동출자법인이 손자회사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리스업만 영위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하는 회사로 보지 않는 내용이다.

노동 분야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추진된다. 박 의원안은 관리자와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분야 전문가 등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은 최대 6개월로 확대한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도 현행 2년에서 당사자 간 서면합의를 거쳐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최 의원안에서는 노동특례를 제외했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인력 운용 규제도 완화된다. 특구 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일정 요건을 거칠 경우 전문업종의 파견근로 대상 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절차 간소화가 추진된다. 평가·협의에 걸리는 기간을 줄여 산업시설 조성을 앞당기려는 취지다. 산업시설의 건폐율·용적률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도 포함됐다.

기업의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특구기업 근로자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과 외국인 인력 유치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보조금과 정책금융, 신용보증 우대, 조세·부담금 감면 등도 연계한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에도 특례가 적용된다.

의료 분야에선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조항이 담겼다. 현행 의료법이 제한하는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토지 개발 관련 규제도 손질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전 일정 절차를 거쳐 조건부 개발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특구기관에 토지수용 관련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지자체장 등에 특수목적고등학교나 영재학교의 지정·설립 권한을 넓힌다.

한편 해당 법안이 과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과 규제프리존법을 둘러싼 규제개혁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서발법은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법이지만 의료 공공성과 정부 부처의 총괄 권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역 전략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려던 규제프리존법도 독자적인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