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올해 처음 개최한 사이버범죄 추적기법 경진대회 '폴-사이버 챌린지'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수사관들이 우승자로 꼽혔다.
대회에는 전국 경찰서에서 51개팀(91명)이 참여했다. 이승현 서울 중부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경위(27)와 김영웅 경북 구미경찰서 경비과 경위(24)는 가상의 랜섬웨어 사건에서 수많은 이메일 중 악성 메일이 뭔지, 랜섬웨어가 컴퓨터에서 무슨 정보를 빼내는지, 암호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등 문제를 해결해 만점을 받았다.
만점을 받은 팀은 사실 두 팀 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최단 시간인 3시간 만에 과제를 해결한 점을 인정받아 우승을 거머쥐었다.
놀라운 건 이들은 아직 수사 현장에 투입된 적 없는 '원석'이란 점이다. 이 경위는 2017년, 김 경위는 지난해 경찰대학을 졸업했다. 경력이 짧다 보니 대회가 열린 금요일에 연차를 써야 하는 줄 알고 팀 이름도 '금요일 연차'라 지었다. 이들은 "사이버 수사관이란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경찰대 동아리에서 키운 사이버 수사관의 꿈
이 경위와 김 경위 수사관의 동행은 경찰대학 동아리 '사이버범죄연구회'(CRG·Cyber Crime Research Group)에서 시작됐다. 이 경위는 김 경위의 3년 차 선배다.
동아리 회원들은 웹 해킹, 시스템 해킹 등 분야를 나눠 일주일에 2시간씩 공부 모임을 한다. 이 경위는 역공학(프로그램을 역으로 분해해 개발 코드를 파악하는 학문)이 특기였고, 김 경위는 머신러닝(데이터 속 패턴을 뽑아내는 학문)을 잘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사이버 수사에 도전한 많은 동기가 중도포기했다. 김 경위는 "컴퓨터 과학의 진입장벽은 높고 배울 게 많다"며 "한 기수가 100명인데 그중 1~2명이 동아리에 안착하면 '성공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경위와 김 경위는 사이버 수사가 재밌었다. 동아리 공부 모임은 기본이고, 혼자 더 공부했다. 이 경위는 "해킹을 막으려면 해킹을 알아야 한다"며 시스템 해킹과 웹 해킹, 그리고 디지털 포렌식과 역공학을 공부했다. 김 경위도 "시스템 침해 사고를 분석할 때 필요하다"며 리눅스(Linux) 운영체제를 배웠다.
결실도 봤다. 이 경위와 김 경위 모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배웠는데, 김 경위는 다크웹 상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프로그램을 제출해 최우수 10인에도 들었다.
이 경위는 2015년 한국포렌식학회가 주관하는 '디지털 범인을 찾아라' 대회에서 USB 자료 유출 흔적을 분석해 대상을 탔다. 이후 이 경위는 경찰대 석사 위탁 과정에 선발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한해 사이버 범죄 사건 50만건..."끈기 있는 수사관돼야"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경찰대학에 다니며 사이버 수사 기법을 꾸준히 익힌 덕이다. 이 경위는 "과제로 주어진 랜섬웨어가 내가 석사 과정 때 연구한 '파워셸'로 만들어져 분석이 편했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랜섬웨어란 주제가 친숙하다"고 말했다.
실력은 입증했지만 이들이 아직 사이버 수사에 투입된 적은 없다. 이들은 2019년 이전에 경찰대학에 입학한 만큼 2년 간 경찰 기동대 소대장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 경위는 소대장 임무를 마치고 올초 중부서 경제범죄수사팀에 첫 배치됐다. 김 경위는 현재 경북 구미서에서 기동대 소대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사이버 범죄 수사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 한다. 김 경위는 "지금까지 해킹이 정부와 금융 기관 등을 노렸다면 최근엔 랜섬웨어가 일반화되면서 일반 국민이 해킹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었다"며 "사이버 범죄 수사가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민생을 위해서도 중요해진 것"이라 말했다.
이 경위는 "사람과 사이버 공간 사이 관계가 강해진다"며 "미래 얘기이긴 하지만 자율주행차와 인공심장, 인공관절 등을 해킹하는 시대가 온다면 사이버 범죄가 재산뿐 아니라 생명과 신체도 해칠 수 있다. 수사가 질적으로도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사관이 물론 사이버 범죄 관련 지식도 갖춰야 하지만 꼼꼼함과 끈기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경위는 "사이버 수사관이 세련되게 일 한다고만 생각하지만 어떨 때는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흔적을 찾아 물고 늘어지기도 한다"며 "수많은 데이터를 눈으로 들여다볼 때도 있는데, 이런 시도도 마다하지 않을 끈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경위도 "피의자가 누구인지, 몇명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피의자와 연결되는 디지털 공간 속 작은 흔적도 찾으려면 꼼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