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파병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540여개 종교·시민·평화단체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으로 시작된 전쟁에 한국군을 보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가 파병 요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 스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군사 행동으로 촉발된 명분 없는 침략적 전쟁"이라며 "헌법 제5조가 명시한 침략적 전쟁의 부인과 국제 평화유지 정신에 따라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대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해 소중한 자녀들을 전쟁의 도구로 희생시킬 수 없다"며 "국익이란 이름의 포장지가 생명의 무게보다 무거울 순 없다"고 했다.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이 있다는 김수경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왜 우리 청년들이 트럼프가 일으킨 전쟁의 뒤처리를 감당해야 하느냐"며 파병에 반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 르메이에르빌딩 앞에서 출발해 주한미국대사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미국 정부의 파병 압박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호르무즈 파병 반대 국민동의청원 서명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오는 15일 청와대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이날 오후 광화문역에서 종각역 일대까지 행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규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지원이 부족하다며 한국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나토와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쓰지만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을 사례로 들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도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지 조사단의 중동 방문에 대해 "반드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