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당시 산재 신청 안 했어도…대법 "진폐증 악화 땐 재해위로금 줘야"

오석진 기자
2026.09.21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폐광 당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폐광 전 진폐증 진단을 받고 이후 증상이 악화됐다면 재해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망한 광부 김모씨 유족이 "재해위로급을 지급하라"며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모 탄광에서 1992년부터 약 2년간 일한 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또 다른 탄광에서 근무했다. 김씨는 1994년 진폐증 제1형 진단을 받고 2003년 장해등급 13급 판정을 받았다. 두번째 근무지였던 탄광이 폐광한 뒤 김씨는 2013년 11급, 2015년 7급으로 장해등급을 판정받았다. 김씨는 이후 2017년 사망했다.

진폐증은 석탄·금속가루 같은 미세한 먼지를 들이마셔 폐 조직이 굳고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직업성 폐질환으로 분진 관련 작업을 하지 않아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장해등급은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몸에 남은 장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산재보험법에 따라 숫자로 구분한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장해가 심하다.

이에 유족들은 김씨 최종 장해등급을 기준으로 재해위로금을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다. 옛 석탄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를 입고 폐광일 현재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한 상태에서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는 재해위로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1·2심은 김씨가 폐광 당시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유족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김씨가 진폐예방법상 건강진단비 등을 지급받아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심은 A씨가 받은 비용이 질병의 조기 발견·예방을 위한 것으로 이미 발생한 재해를 치료하기 위한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와는 다르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유족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진폐증 특성과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해야 한다"며 "분진작업 근로자가 폐광 전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면 폐광 당시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하지 않았고 장해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더라도, 폐광 후 장해상태가 악화돼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폐광 전 합병증이 나타난 근로자와 폐광 후 합병증이 나타난 근로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진폐증의 진행 속도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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