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독감' 덮쳤다..."백신 부족할까 봐" 아이 손잡고 예방접종 '오픈런'

여승헌 기자, 민수정 기자
2026.09.21 15:44

접종 첫날, 소아과 30분 만에 '접수 마감'
독감 의심환자 4주 만에 3배로…초등생 중심 확산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21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우리아이들병원에서 한 시민이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접수하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14세까지 어린이(2012년 1월 1일~2026년 8월 31일 출생자)는 접종 횟수와 관계없이 이날부터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부 역시 이날부터 가능하다. 사진과 기사 속 병원은 관련 없음./사진=뉴스1.

"오전 진료 마감됐습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소아청소년과. 데스크에 앉아있던 직원은 병원이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접수를 마감했다. 이날 병원의 대기 인원은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50여명까지 불어났다.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은 물론, 조금이라도 빨리 접수하기 위해 아이의 손을 잡고 뛰어오는 부모도 보였다. 길게 늘어선 줄을 확인하고 황급히 다른 의원에 전화를 거는 이도 있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생후 6개월~14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올해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빨라지면서 당초 오는 28일이었던 일부 어린이의 접종 시작일을 일주일 앞당겼다.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도 앞당겨져 다음 달 6일부터 연령별로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부모들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 전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기 위해 아침부터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독감 확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30대 문모씨는 "추석에 내려가기 전에 빨리 맞히려고 일부러 접종 첫날 왔다"며 "명절에는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들도 만나야 하는데 독감이 유행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신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걱정에 접종을 서두른 부모도 있었다. 생후 10개월 된 자녀와 함께 온 최지은씨는 "원래 10월쯤 여유롭게 맞힐 생각이었지만 주변에서도 일찍 접종하는 분위기"라며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라 나중에는 백신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찍 왔다"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예년보다 이른 독감 유행을 체감하고 있었다. 한 소아과 관계자는 "요즘 검사를 받는 어린이 10명 중 7명 정도가 A형 독감으로 나온다"며 "보통 10월부터 독감 환자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9월 첫째 주부터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 유행 한 달 더 빨라져…"접종 미루지 말아야"
/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독감 환자는 최근 한 달 사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월 둘째 주(6~12일)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31.0명으로, 4주 전 9.2명의 3배를 웃돌았다. 코로나19(COVID-19) 입원환자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면서 추석 연휴를 전후해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른 독감 유행의 배경으로는 해외여행 증가와 학교 내 집단생활 등이 거론된다. 해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국내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과 함께, 학생들이 학교에서 밀집해 생활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환기나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감염 취약계층과의 접촉이 늘어나는 만큼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대상자라면 접종을 미루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면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임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며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서울 용산구보건소장도 "추석 연휴 동안 전국적으로 이동이 늘어나면 감염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해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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