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 뭘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네요."
추석 연휴를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서울연탄은행. 이곳에서 만난 80대 허모씨는 별다른 명절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가족이 있지만 사정이 있어 홀로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그는 "아들이 일 때문에 좀 바쁘다"며 "명절에도 애들이 시간이 나면 만나고 아니면 못 만난다"고 했다. 허씨는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다.
이날 서울연탄은행에서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60여명을 대상으로 '추석 맞이 찾아가는 보훈 따뜻한 한 끼' 행사가 열렸다. 어르신들은 '월남전 참전', '6·25 참전' 등의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삼삼오오 모였다. 서로 안부를 묻고 "명절 잘 보내시라"며 덕담을 건넸다. 행사 시작 20분 전부터 준비된 자리가 모두 차 일부 어르신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만난 국가유공자들 가운데는 명절에도 가족과 함께하기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녀가 있어도 떨어져 살거나 왕래가 뜸해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였다. 월남전에 참전한 신현하씨(80)는 "아내와 오래전부터 별거해 지금은 혼자 지낸다"며 "이번 추석에도 가족을 따로 만나지는 않고 인근에 사는 친구와 식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보훈대상자 가운데 혼자 사는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보훈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보훈대상자의 약 28%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1인 가구 비율은 최근 6년간 계속 증가했다.
생활 형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년 전 국가유공자인 남편을 떠나보낸 김모씨(78)는 "남편은 등급을 받지 못해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무릎이 아프지만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청소 일을 하고, 밥은 여기서 자주 해결한다"고 말했다. 신씨 역시 "고관절 수술을 받아 지금은 일하지 못한다"며 "보상금을 받고 있지만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보훈대상자 가구 중 저소득층 비율은 2021년 15.4%에서 2024년 27.9%로 3년 만에 12.5%포인트(P) 상승했다. 극빈곤층 비율은 같은 기간 6배 넘게 증가했다. 보훈대상자 상당수가 고령층인 만큼 은퇴와 건강 악화 등으로 경제활동이 줄어 근로소득을 얻기 어려워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고령 보훈대상자에 대한 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2027년도 정부 예산안으로 7조219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8%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국가유공자 보상금을 5% 인상하고 위탁의료기관을 올해보다 200곳 확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6·25 어르신들에 대한 참전 수당을 올해 올리도록 노력하겠다"며 "어르신들에게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오늘 꼭 이야기를 듣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