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두고 A씨는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준비했다. 명절마다 빠뜨리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드린 지 벌써 10년째다. 매년 설과 추석에 각각 50만원씩 합쳐서 1년에 100만원을 드렸다. 반면 형제들은 명절에도 부모에게 따로 용돈을 드리지 않았다. A씨는 문득 '나만 부모님께 돈을 드렸는데 나중에 상속받을 때는 형제들과 똑같이 나눠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부모에게 용돈을 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상속분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용돈 지급을 넘어 장기간 부모를 부양했거나 부모의 재산을 유지·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면 '기여분'을 인정받아 상속분을 더 받을 가능성은 있다.
민법은 공동상속인 가운데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으면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상속재산에서 기여분을 먼저 떼어내고 남은 재산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눈 뒤 기여분을 해당 상속인에게 더하는 방식으로 상속분을 정하게 된다.
A씨가 매년 명절마다 부모에게 50만원씩 용돈을 드렸다고 해서 A씨가 상속 때 그대로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속과 관련해 법원은 부모의 생활을 실제로 얼마나 책임졌는지, 그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다른 자녀들이 함께 부담했는지, 부모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명절이나 생일 때 용돈을 챙겨드린 정도라면 일반적인 자녀의 부양 범위로 볼 가능성이 높다. 따로 상속 절차에서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부모가 장기간 병을 앓았는데 병원비를 대부분 부담하거나 부모와 함께 살면서 생활비와 간병을 사실상 책임진 경우라면 특별한 기여로 평가될 여지가 커진다.
대법원도 성년 자녀가 장기간 부모와 함께 살면서 단순히 자녀로서 해야 할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를 넘어 부모를 특별히 부양한 경우에는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 단순히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간헐적으로 병원에 동행하거나 일부 생활비와 병원비를 부담한 정도만으로는 기여분이 인정되기 어렵다.
실제 대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한 사안에서는 딸이 결혼 후에도 홀로 된 어머니를 수십 년간 함께 거주하며 부양하고 어머니 소유 임대주택의 관리를 전담했다. 또 어머니가 고령이 돼 병환으로 입원할 때 치료비를 선납하고 간호를 계속했다. 결국 부양능력을 갖춘 여러 명의 출가한 자녀들 사이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통상 예상되는 부양의무의 범위를 넘어선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상속 때 혜택이 인정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