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굶어야지" 추석이 더 괴롭다...'급식 공백' 막막한 어르신들

김서현 기자, 김유빈 기자, 신홍규 기자
2026.09.26 06:06

"공공 배식소 위치 모르고, 다리 아파 못 가"…연휴 속 갇힌 어르신들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 배식소 앞에 줄이 늘어서있는 모습./사진=김유빈 기자.

"추석 연휴요?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든가. 아니면 그냥 굶어야지 뭐 어쩌겠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 앞. 허리가 굽은 채 노인보행기를 밀고 온 80대 A씨는 길게 늘어선 배식 줄 끝에 섰다. 손에는 이날 받아 갈 음식이 담긴 봉지가 들려 있었다. A씨는 "독거노인이라 혼자 사는데 공공 배식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다리가 아파 걸어가질 못한다"며 배식 봉지를 쓸어내렸다.

평소 하루 700~800인분을 배식하는 대표적인 민간 급식소 '밥퍼'는 추석 연휴 동안 문을 닫는다. 참좋은친구들·사랑의복지회 등 서울의 주요 민간 무료급식소 일부도 봉사자 휴무 등으로 연휴 기간 운영을 중단한다. 이곳에서 매일 끼니를 해결하던 취약계층 노인과 노숙인들에게는 며칠간 다른 식사 방법을 찾아야 하는 '급식 공백'이 생긴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추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지정 단체급식소 운영과 대체식 제공 등을 통해 연휴에도 취약계층에 식사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인 전담 시설 36곳에서 3000명 이상이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저소득 어르신 3만2000여 명에게도 미리 특식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지원망에 포함되지 않거나 대체 급식소를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끼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소 민간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던 노인 가운데 다른 급식소의 위치나 운영 여부를 알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멀리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다.

"연휴엔 굶어야 하니까"… 한 그릇 더 받으려 모자 벗고 상의 바꿔 입기도

연휴를 앞둔 이날 밥퍼 앞에는 평소처럼 점심 한 끼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배식이 이어지는 동안 줄을 둘러싼 고성과 욕설도 오갔다. 한 차례 식사를 받은 뒤 다시 줄을 서는 사람도 있었다. 모자를 벗거나 상의를 바꿔 입고 처음 온 것처럼 다시 줄에 서기도 했다. 명절을 앞두고 당장 끼니가 끊길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배식소 인근 답십리에서 온 송모씨(65)씨는 "원래도 싸움이 나지만 연휴 직전엔 더 심하다"며 "연휴 내내 굶어야 하니까 배 속에, 손에 밥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두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 역시 이번 연휴가 걱정이다. 다리가 불편해 절뚝이며 걷던 그는 "올해 3월에야 주변 소개로 밥퍼를 알게 됐다"며 "다리가 아파 다른 배식소로는 멀리 이동할 수 없어 연휴 동안은 그냥 집에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일대에 위치한 '아침애만나'처럼 연휴에도 문을 열어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부 민간 배식소도 일부 있다. 구제영 아침애교회 센터장은 "서울역 일대는 민간 복지 인프라가 모여 있어 연휴에도 끼니를 이어갈 수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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