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달라지겠다고 약속해 이혼을 포기했으나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사실상 별거 상태로 지냈다면 다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혼을 고민 중인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연애 당시 남편은 비혼주의자였으나 A씨가 함께하길 원해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남편은 A씨가 시가 식구들과 갈등을 겪어도 중재에 나서지 않고 모른 척했고, 결국 참다못한 A씨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재판에서 "가정을 지키고 싶다. 앞으로 잘하겠다"며 이혼을 거부했다. 법원은 남편의 혼인 관계 회복 의사 등을 고려해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업이 바쁘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줄였다. A씨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 친정 부모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키웠고, 남편과 상의한 끝에 자신만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두 사람은 주말부부로 지내기로 했으나 남편은 아이들을 보러 오거나 양육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A씨는 "남편이 노력한다고 해서 가정을 유지하려 했다"며 "지금은 허울뿐인 관계를 이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정리하고 싶다. 10년 전 이혼 청구가 한 번 기각됐더라도 다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지연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이혼 청구가 기각되는 이유는 이혼할 만큼 혼인 관계가 파탄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한 번 기각됐더라도 그 이후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면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0년이 지났고, 남편이 혼인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노력하겠다고 했음에도 아무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중요한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 근처로 이사한 것에 대해서는 "워킹맘으로서 친정 부모님의 양육 도움을 받기 위해 이사한 것은 현실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별거 또는 혼인 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남편이 아내의 일방적 별거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사 당시 남편 동의가 있었는지, 주말마다 만남이 이뤄졌는지 등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게 좋다. 합의에 따른 주말부부였다는 점이 입증되면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과거 이혼 청구가 기각된 사실은 A씨에게 유리한 요소"라며 "남편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혼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사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 이후에도 10년간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혼인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며 "이전 이혼 소송 기록을 증거로 제출해 남편의 약속 불이행을 입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